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Jul 26. 2023

추억의 힘

"시간 언제 괜찮아?"

"같이 점심 먹자"

일상적인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뭉근해진다. 새벽출근이 피곤하고 매일 긴장이 이어지는 나날들이었지만 돌아보면 참 많은 추억을 공유한 시절이었다. 매일 아이템을 찾느라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끔 원치 않는 자리에서 밥이나 술도 먹어야 했다. 못 마시는 술을 먹고 졸다가 늦은 시간에 귀가가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미숙한 상황대처로 상사에게 질책받은 날도 있다.

 

그렇게 짧게는 1년을, 길게는 3년에서 4년 이상을 같은 부서에서 동고동락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입모양만 봐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냈다. 그의 허물을 덮어주려고 애썼고 그의 기쁨이 나의 즐거움이라고 여겼다. 그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고 힘이 되는 동료들이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열정 넘치던 담당자는 팀장이, 늘 따듯하고 힘이 되어주던 팀장은 과장이 되었다. 현명한 지혜로 직원들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주던 과장은 이제 일반인이 되어 제2의 인생을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자란 후배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애써주었고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상사이다.

 

추억은 삶을 살게 하는 큰 힘이다. 힘겹고 어려웠던 순간에 만든 것일수록 힘이 더 크고 더 애틋하다. 돌아보면 업무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즐겁던 순간과 짜릿했던 시간들이 더 자주 떠오른다. 가끔은 내 기억이 조작된 것인가 싶을 만큼 애틋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먼발치에서 그림자만 보여도 얼굴에 화색이 돌고 안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들을 볼 때마다 온몸에 기가 도는 기분이다.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면 괜히 일러바치고 싶어 진다.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백이라고 믿을 때도 있다.


졸지 말고 열공하라며 걸려오는  먹자는 전화 한 통에 시끄럽던 마음이 환해해지는 날.

추억의 저장소를 살짝 건드리 그들의 마음씀씀이 덕분에 하루가 따듯하고 청청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절대 공부하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