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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ug 09. 2023

쾌유를 빕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 것이 새롭다......"

이른 아침 장문의 카톡이 한참 눈길을 머물게 한다.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퇴직한 동료이다. 처음 간암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공여로 이식수술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선물 받게 되었다.


 늘 쾌활한 그에게서 어느 순간부터 불안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잘될 거예요"라는 응원뿐이었다. 그렇게 그는 힘든 수술을 받았고 2개월이 지난 지금도 병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화통화도 어렵고 간간히 보내오는 카톡으로 그의 안부를 확인한다. 한동안 매우 절망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생사를 넘나들만큼 순간순간이 고통스럽다는 뜻이었다. 이때도 할 수 있는 건 간절한 기도와 걱정뿐이었다.


다행스럽게 며칠 전부터 그의 카톡내용이 희망모드로 전환 중이다. 동료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에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햇살과 바람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음에 진정 감사하다고 말한다.

 

3년 전 뜻하지 않은 진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정기 검진을 하고 있으니 아무 일 없을 것이라 과신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무튼 일상에 변화를 초래하는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위로하고 염려하는 가족들의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던 시절이었다.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자세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과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 덕분이었다. 


아프지 않은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나가면서 그 안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아야 한다. 나 또한 그 시간 덕분에 식습관이 제법 건강해졌고 힘들 때마다 잠시 멈출 줄 아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경중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또한 그렇게 변화하길 바란다.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으며 좋은 생각으로 가슴을 채우고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갑자기 경로를 바꾼 태풍예보에 어수선한 즈음이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문자가 쉼 없이 휴대전화를 울린다. 그 와중에 도착한 삶에 대한 의지가 충만한 그의 소식이 다행스럽고 고맙다. 평소 정이 많고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그에게 좋은 기운이 샘솟기를 기도한다. 굴영양돌솥밥과 굴전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곧 환한  얼굴로 만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추억을 공유할 날을 손꼽아 고대한다.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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