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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Jul 30. 2022

SNS의 얼굴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일

매일 한두 번씩 들어가 확인하는 개인 SNS에 3년 전 소식이 추억으로 올라와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경진대회에 참여해 수상했던 사진이다. 아마도 행사를 마치고 난 후 기쁜 마음에 여러 장의 사진과 그날의 단상을 기록해 두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관종은 아니지만 SNS에 여행을 비롯해 다양한 개인 사진이나 느낌들을 올려 두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들에 대한 기록의 의미가 크다. 원래 건망증이 심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금세 있던 일들도 잊어버리는 터라 짧게나마 적어두고 저장해두면 얼마간의 시일이 지난 뒤에 그날의 느낌을 회상할 수도 있고 떠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프고 힘든 이야기들을 적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밝고 환한 일상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잘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듯이 미소를 띤 사진들이다. 아마도 3년 전 그날도 찍었던 사진들 중에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컷을 골라서 올렸을 확률이 아주 높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시소 타듯 오르내리며 산다. 나는 늘 행복하고 불행 따위는 나와는 먼 일이라고 믿으며 살고 싶지만 인생사는 내 맘대로 되지도 않을뿐더러 예측 불가능하다. 어떤 이는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통은 그냥 견뎌내는 것이라고 한다. 피할 수 없는 내 몫의 분량이라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내겠다는 뜻이다. SNS에 많은 글을 올리거나 내 신상을 노출하지 않는 편이지만 매일 습관적으로 여러 번 접속한다. 가끔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댓글로 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사람 심리는 비슷한 탓인지 여전히 이곳도 기쁘고 즐거운 일로 도배되어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은 다양한 성과들이 구독자들의 손길과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공감하며 재빠르게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지만 가끔은 겸손함이 빠져있는 게시물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날도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인정과 자존, 자아실현의 욕구가 강한 사회적 동물이다. 굳이 학술적인 이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나의 경우에만 비춰봐도 틀린 말은 아닌듯하다. 나를 위해 산다고 말하지만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아실현의 순간을 행복으로 여기거나 최고의 지향점이라고 믿으며 웃기도 하고 가끔 울기도 한다. 공자는 군자는 다른 사람이 나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음을 걱정하지 말고 내 능력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이 또한 소인들에게는 실천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나 또한 3년 전에 수상 사진을 그냥 기록의 의미로 올린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 이면에는 성과를 자랑하고 직장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배어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곤 한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 요행이 두 가지가 일치한다면 가장 완벽하겠지만 한 가지밖에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내가 해온 것은 그냥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이 더 많았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삶으로 채워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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