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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ug 09. 2022

평일 낮잠은 더 달다

출근을 안 하면 좋은 것들 

평소 낮잠을 잘 안자는 편이다. 그나마 평일은 출근을 하니 주말 이틀 정도인데 길어야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면 두통이 오기도 하고 그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탓이다. 엄마의 병원 진료를 위해 휴가 하루를 냈다. 덕분에 출근 준비를 위해 서둘러 '나가기'를 클릭했던 줌 아침 낭독시간이 끝나고도 10여분 넘게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하지 못한 글도 퇴고할 여유도 잠시 만끽한다.


병원 갈 채비를 다 했다는 엄마를 모시고 오늘의 주요 일정인 병원행. 오늘도 만원사례인지 주차공간이 없이 몇 바퀴를 돌다가 간신히 주차한다. 올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지만 병원에는 참 아픈 사람이 많다. 의사의 권유대로 x-ray를 찍고 진료를 받은 후 엄마가 추천한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입맛이 없는데도 딸의 성화에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시는 엄마. 잘 드셔야 기운도 빨리 차리실 텐데 하는 마음에 자꾸 오리훈제를 접시에 올려 드린다. 둘 다 식성이 시원찮은 덕분에 남긴 음식은 집을 지키는 콩순이 몫이다. 마트에 들렀다 엄마 집에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은 탓인지 나른해지고 잠이 쏟아진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중에 하나가 졸음이 쏟아질 때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한숨 자야지 하며 침대에 누웠는데 금세 잠이 들었나 보다. 


30분쯤 지났을까 짐작하며 눈을 살며시 뜨니 벌써 오후 3시가 지났다. 누웠을 때 오후 1시가 좀 넘었던 것 같은데 2시간이 훌쩍 지난 것이다. 낮잠 덕분에 오후에 계획했던 일정 하나가 어긋나서 아쉽지만 소용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 잠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피곤했다는 뜻일 것이고, 모처럼 다디단 낮잠은 저질체력인 나를 버텨 줄 보약이 되겠지라고 여길수 밖에. 평일 오후라서 그랬을까 오늘따라 낮잠이 참 달고 몸도 한결 개운하니 다행스럽다.


 엄마 집을 나서는데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알림 문자가 온다. 김훈 작가의 신작 '하얼빈' 출간 소식을 듣고 희망도서를 신청했는데 도착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난 주말에도 산문집과 시집 등을 8권이나 빌려서 오늘 챙겨가도 바로 읽기는 어려울 텐데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읽은 터라 안중근 의사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궁금한 탓이다.


 엄마 곁을 지키는 콩순이의 아련한 눈빛을 뒤로하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풀이 무성한 잔디밭을 정비하던 인부 두 명은 폭염에 지쳤는지 예초기를 내려두고 서로 등을 돌린 채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들은 졸면서 주인을 기다린다. 무더위에 가장 행복한 피서지가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여름 속을 지나 책세상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람과 웅성거리는 책들이 반갑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캐비닛 안에서 대출자를 기다리고 있던 뽀얀 신간을 얼른 받아 들고 나서는 발걸음이 쿵쿵댄다.


가끔 평일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계획하곤 한다. 주말에는 교통이 복잡하고 혼잡하기도 하고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홀가분하게 떠난다는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날도 어김없이 휴게소와 관광지에 넘쳐나는 인파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평일에도 놀러 다니는 사람이 참 많구나 실감했던 기억이 난다. 직장인에게 평일 휴가는 여러 가지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조급하게 서둘러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밀렸던 일들을 해결하거나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또한 피로를 말끔히 씻어 줄 낮잠을 즐길 수도 있고 도서관의 평일 풍경도 맛볼 수 있다. 조만간 오롯이 나를 위한 일들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맛있는 휴가를 떠나야겠다. 물론 길고 다디단 낮잠도 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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