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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Aug 09. 2022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

아들의 질문


휴일 오후 아들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질문 있음"

"뭔데"

"회사 오래 다닌 엄마도 일요일 되면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매번 들지......"


학교 졸업 후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은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힘들 때마다 30년 넘게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용기를 북돋우며 엄마를 떠올리라고 대답하며 웃곤 했다. 출근하는 요일중 가장 행복한 날은 금요일이다. 퇴근 무렵이면 갑자기 텐션이 높아지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운 마음에 자정을 넘겨 TV를 보면서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나무늘보처럼 게으름을 부려도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신기하게도 일요일 오후쯤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편두통이 시작되고 다음 주중에 계획된 일들이 하나씩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별한 행사나 계획이 없는 경우에는 그나마 덜 하지만 부담스러운 업무나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민원이 있을 때는 더 심해진다. 영원히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도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다. 사람이 힘든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발령받은 부서의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순간마다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을 다독이고, 한 칸씩 징검다리를 건너다보니 어느새 3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요병과 월요병은 물론 매일매일 '회사에 가기 싫다는 생각'과 작은 전쟁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그때마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은 갖고 있는 통장을 모두 꺼내놓고 더디게 늘어가는 숫자를 몇 번씩 더해보는 일뿐이다.  


이제 막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 중인 아들 말대로 스트레스는 그 경중에 관계없이 느끼는 사람의 체감도에 따라 다르다. 나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아주 사소한 일도 사회 초년생에게는 태산처럼 크고 힘든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아들은 본인이 경험이 없는 초보라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졌고, 엄마가 건네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내 짐작이 맞다면 나를 비롯해 직장인 100명이면 100명 모두 비슷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고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월요일을 맞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그토록 열망했고 기쁜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던 그곳이 평생 행복한 일터가 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희망사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론 생계를 위해 또는 간절히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향하는 그곳에서 그들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설렐 수 있다면,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만남 또한 따뜻한 시간으로 기억된다면 참 좋겠다는 환한 상상을 하며 오늘도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아들, 오늘 출근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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