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살아있다면?
하루 종일 말을 하고 또 들으며 산다.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을 비롯해 듣기 싫은 말도 있고 듣고 싶지 않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할 수 없이 듣기도 한다.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용납이 되는데 말 많은 타인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말은 삶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탓에 유난히 관련된 명언이나 격언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침묵은 금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들을 때마다 참 맞는 말이라고 여기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이미 뱉어버린 말은 쏟아진 물과 같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까닭에 신중을 기해야지만 아차 하는 순간들도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 칼날처럼 느껴지는 말이거나 비난하는 말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본인이 듣는 줄도 모르고 험담을 하거나 동조한 경우에는 식은땀을 흘릴 때도 있다. 늘 차분한 어조로 타인을 칭찬하거나 좋은 말만 하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같은 말을 해도 이쁘고 기분 좋게 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동료 중에 말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이들도 만나게 된다. 마음과 달리 엇나가는 말투와 말들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는 것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속마음은 이게 아닌데 엉뚱한 말을 하고 후회한 날도 있고, 조금 더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늘 결심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너무 어려운 말. 그 말들이 허공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말을 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살아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언젠가 그에게 가슴 아픈 말을 했지만 끝끝내 미안했다는 말을 못 하고 그 또는 그녀와 이별해야 한다면? 내가 그에게 던졌던 비수 같은 말들을 그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면 그는 물론 나에게도 평생 후회로 남을 것이다.
방음이 되지 않는 옆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톤 높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업무에 문제가 발생한 듯 고성도 오고 간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스러지지 않고 살아 있을 말의 파편들을 떠올린다면 말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조심하고 신중을 기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