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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17. 2022

제임스와 지니

여기요 대신 AI 로봇을 불러주세요

'제임스'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정확하게 식탁 앞에 멈추더니 밑반찬과 앞접시를 다 내릴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 또 다른 그가 다가왔다. 주메뉴인 낙지볶음과 공깃밥을 갖고 온 것이다. 그 또한 임무를 완수한 후 유유히 돌아섰다. 그녀의 이름은 '지니'이다.


몇 달 전에 개업한 주꾸미집은 AI 로봇이 서빙을 한다. 널찍한 홀에는 사람 대신 AI 로봇 두대가 사람 못지않게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손님들이 앉아있는 식탁에는 'AI 로봇이 도착하면 음식을 옮겨주세요', 식당 벽면에는 '이제 여기요 라는 말 대신 AI 로봇을 불러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언젠가부터 웬만한 음식 주문은 키오스크로 바뀌고 무인점포도 유행이다. 카페를 비롯해 아이스크림, 건어물과 육류를 판매하는 가게들이다. 또한 현금 계산은 직원이 하지만 카드일 경우는 직접 QR코드를 찍고 계산해야 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무인발매기만 있는 시외버스터미널도 있다. 


편리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이지만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나 같은 기계치들에게는 힘들고 적응하기 어려운 변화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에 비하면 비교적 젊은 나이인 나조차도 사람이 아닌 기계가 기다리고 있는 계산대는 여전히 당황스럽다. 누군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사용법을 제대로 몰라서 지체되는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제임스와 지니가 절도 있고 일사불란하게 서빙을 하는 식당에서 신기한 것은 손님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알아서 음식을 세팅하고 있는 장면이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듯 하지만 어린 시절 SF만화에서 봤던 내용들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는 장면이다. 새삼스레 나날이 편리해져 가는 일상의 작은 변화들이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다가선다. 오늘도 사람이 없는 무인발매기 앞에서 두리번거렸을 어르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숱한 제임스와 지니에게 일자리를 내어준 그와 그녀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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