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숙 Sep 18. 2022

삼겹살 먹던 날

좋은 향이 나는 사람

부서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는데 여전히 몸에서 냄새가 난다. 코를 킁킁대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배인 냄새다. 환풍기를 틀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날 따라 그 내음이 유난히 역하다. 심지어 머리칼과 몸에도 흠씬 절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숱한 냄새 속에서 산다. 기분 좋은 향내도 있지만 이처럼 먹을 때는 유쾌하고 기분 좋았음에도 몸에 남아있는 그 체취가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도 있다.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생선 냄새가,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음이 나는 건 당연한 이치임에도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때도 많다.


오래전 '너한테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말에 괜히 뻘쭘해서 '난 향수도 안 뿌리는데....'라며 얼버무렸다. 아마 그것은 샴푸나 바디로션 또는 은은하게 남아있는 화장품 냄새였을 수도 있지만 어떤 향이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버스나 지하철 등 좁은 공간이나 사무실에서 복도를 지나면서 유난히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당황하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향기도 지나치면 상대방에게 오히려 불쾌함을 주는 것이다. 이런 사람과 오랫동안 밀폐된 공간에 함께 머물다 보면 멀미가 날 정도로 속이 불편해진다.


평소 애정하는 삼겹살이지만 유난히 진하게 배어있던 그 냄새를 맡으면서 사람의 향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화장품이나 향수로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내음이 아니라 표정과 말씨, 행동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그 사람만의 기분 좋은 내음.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스며있을까. 삶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스하고 다정한 사람, 늘 만나고 싶어지고 만나면 행복해지는 좋은 향이 나는 사람으로 나이 들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제임스와 지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