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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19. 2022

잃어버린 신발

자기 주문의 효과

들어갈 때는 분명히 있었는데 나올 때가 되면 없다. 아니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아무리 살펴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는 어떤 신발을 신고 왔는지 기억이 안 나서 헤매기도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분명히 신발을 신고 들어갔을 텐데 아무리 찾아도 신발장에는 내 신발이 없다. 그럴 때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자주 꾼다. 어떤 날은 찾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못 찾아서 발을 동동거리며 애를 끓인다. 그런 날 아침이면 매번 네이버에 신발에 대한 해몽을 검색한다. 그 내용을 전부 믿는 것은 아니지만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대부분 흉몽이라고 풀이한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거나 관계가 깨진다는 등 불길한 내용 일색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상과 맞아떨어진 적은 없다는 것이다.   


꿈은 평소 생각이 반영되는 것이라고 한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생각들이 꿈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평소 걱정을 안 하는 편이라고 믿는데 잊을만하면 꾸는 꿈 내용들을 들춰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말로는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다 잊어버린다고 말하며 쿨한 척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나도 모르는 걱정산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큰 일을 앞두게 되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곤 한다. 주로 분명히 잘 될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내용이다. 사람은 말하는 대로 된다고 했던가. 그런 경우는 신기하게도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곤 했다. 몇 년 전 큰 행사를 앞두고 걱정스러워하는 팀원들에게 틀림없이 잘 될 거라며 호언장담을 했는데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고,  행사 뒤풀이에서 나의 자신감 넘치는 격려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고 팀원들이 말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직면했을 때 대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레 잘 안될 거라 여기며 시작하는 것과 늘 잘해왔고 이번에도 반드시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늘 크고 작은 걱정거리를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살아있는 한 피해 갈 수 없다. 어떤 날은 요행히 작고 사소한 것이어서 금세 해결되기도 하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아주 크고 어려운 걱정인 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걱정거리는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내일도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걱정거리들이 또 생길 것이다. 하지만 미리 염려할 필요는 없다.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내 템포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태산 같은 걱정 산도 잘 넘어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많은 일들이 있던 오늘 하루를 정리하면서 여전히 나는 또  "그동안 잘해왔고 앞으로도 여전히 잘될 것이다"라고 자기 주문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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