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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15. 2022

로또는 희망하는 마음이다

로또를 구입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로또 1등 명당'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복권 판매점을 만나게 된다. 그 가게 앞에는 예외 없이 복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특히 매주 토요일 저녁 추첨을 앞둔 시간이나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구입한다고 한다.


나 또한 가끔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직장에 사표를 내고 훌훌 떠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지만 직접 구입하거나 관심을 가져 본 적은 거의 없다. 그 희소한 확률을 뚫고 복권이 당첨되는 요행이나 기막힌 행운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당첨률이 50퍼센트 이상인 동문체육대회나 각종 행사에서 나눠주는 경품 추첨을 비롯해 노력 없이 무언가를 쉽게 얻었던 기억 또한 없다. 그런 세월을 살아내면서 나는 자연스레 공짜를 바라서는 안 되는 사람이구나 여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조직개편 인사 발표가 임박하면서 예고된 날짜에 맞춰 부서 회식날짜도 미리 정했다. 밋밋한 저녁식사가 아쉬워 함께한 시간들을 기념할 작은 현수막을 맞추고 , 작은 이벤트로 부서 직원들에게 선물할 로또 복권 20매를 구입했다. 누군가 1등 당첨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는 하지 않지만 복권을 받는 순간, 그리고 추첨하는 날까지 기다리는 며칠 동안이나마 그들의 마음이 설렜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로또는 희망하는 마음이다. 또한 기다리는 즐거움이요 간절함의 크기이다. 서민들의 로망인 1등에 당첨까지 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무작위로 섞이던 공이 멈추는 순간 숫자를 맞춰보는 작은 떨림과 긴장 때문에 자꾸 구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에게 건네는 천 원짜리 로또 한 장이 새롭게 둥지를 틀 그곳에서 적응할 염려에 긴장되는 시간을 보내고 맞는 첫 주말 저녁, 경직된 마음을 풀어주는 작은 설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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