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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14. 2022

감정의 중용

 슬픈 장면을 보고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즐거운 상황에서도 맘껏 웃을 수 없다면 삶은 얼마나 공허할까.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여기는 희로애락의 순간들. 우리는 때론 웃고 화내고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산다. 그 감정이 정도를 지나치거나 모자란다면 그때부터는 경계가 필요하다. 아니 자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데 반생을 보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반백년을 살았지만 감정의 중용을 지키는 일은 어려운 과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누군가 나보다 잘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보다 시기나 질투가 먼저 튀어나오기도 한다. 정말 슬픈 일을 겪어도 타인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일이 쉽지 않아 억지로 참는 날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의 험담을 하거나 동참한 날은 기분이 헛해진다. 오늘도 또 중용에 실패했구나 하며 후회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가 짜증으로 밀려오는 날도 있다. '그렇구나'라고 여기면 되는 사소한 일인데 그 사람의 마음을 가늠하고 짐작하다 보니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이런 날은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그 순간을 잘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숱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산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 진정한 기쁨일 수 있지만 정도를 지나치면 음란한 것이 된다. 타인의 성공이 부럽고 질투 나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서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감정의 고갈 상태이거나 억누르고 있는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오늘도 숱한 일들과 만나고 견딜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견디며 살아낼 것이다. 하루를 마치고 늦은 밤 나를 되돌아보면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았구나' 토닥일 수 있도록 또한 후회의 빈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정의 중용을 실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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