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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Sep 28. 2022

이렇게 써도 시가 될까요

시 쓰기의 즐거움

스멀스멀 밀려오는 글들을 붙잡고 싶은 날이 있다. 그 순간을 놓칠까 얼른 휴대폰을 열고 그 말의 조각과 마음을 적는다. 서너 줄 쓰다가 마무리하지 못하는 날도 있고, 운 좋게 한 편 얻는 날도 있다. 아주 가끔은 내가 쓴 글을 읽고 놀랄 때도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 날도 있었구나 싶어서이다.


'시 쓰기의 즐거움'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마음이 동했다. 이름이 좀 낯선 시인이었지만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해진 것이다. 중앙지 신춘문예로 등단을 한 그녀는 5권 남짓 시집을 냈고 꽤 이름 있는 문학상도 받은 경력을 갖고 있다.


시인 지망생들은 '이렇게 써도 시가 될까요', '이런 것도 소재가 될까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경우가 많다. 때론 너무 사소해서 민망하고 가끔은 너무 속내를 드러내 쑥스럽다. 그녀는 시 쓰기의 팁으로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작품을 발표하면서 마음에 하나도 걸리는 것이 없다면 아마도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내용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시를 흉내 낸 글이나 수필을 써놓고 서랍에 넣어두기만 하는 것이 많다. 시의 경우 너무 유치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고, 수필은 개인적인 내용이라 자꾸 망설이게 된다. 얼마 전 수필 강의에서 한 교수님은 글감이 없다면 이미 내가 죽었다는 의미이며,  사람들은 이쁘고 좋은 내용만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경험한 신랄한 부부싸움 같은 내용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조회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시'는 너무 어려워서 못쓰겠다고 말하면서도 시 특강을 찾아다니고 문예창작 강의를 듣는다.  나이가 들고 보니 글 쓰는 일이 더 즐겁고, 쓰기를 잘했다는 시인의 맺음말처럼 나 또한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음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게 될 노년의  어느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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