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절망적응기

by 윤자까

오랜만에 집사람과 의사 양반을 찾아갔다. 내 병세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매우 간단한 질문들이었지만... 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받았던 질문은 내 개인적인 정보였다. 어디 사는지, 전화번호는 뭐고, 예전에 어디서 일 했는지, 학교는 어디 나왔고를 물어보는데... 기억을 못 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 다음은 더 쉬운 질문이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그리고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물어봤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대답한 게 얼마나 되는 지 지금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정상적이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짜증이 남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다행인 것이 하나 있다면은, 그것은 바로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인지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 집 사람, 아들, 딸래미들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는 거다.


시간의 끝에서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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