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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똘리 Oct 20. 2022

러시아 3년 살이 동안 제일 잘한 일


러시아에 3년 사는 동안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나 참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 딱 한 가지 있다.


가족 커뮤니티

나는 러시아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가족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 방에는 우리, 우리의 양가 부모님들, 남편의 누나까지 7명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방에 3년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데 잘 해결되었습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등'. 그 방에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저 우리의 하루하루를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그냥 전화를 해서 말로 하기엔 아마도 일기만큼 자세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어딜 다녀왔는데 재밌었어요' 정도가 전부이지 않았을까?


일기를 혼자 그냥 공책에 썼다면 나는 금방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또 만약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블로그에 남겼다면 너무 내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느낌이라 온전히 솔직한 일기를 남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가족 방의 글도 물론 백 프로 순수한 일기가 될 수는 없었다. 거기에 '오늘은 남편이랑 싸워서 서로 말을 안 했습니다. 남편이 미웠습니다.'라고 할 순 없으니.


항상 어딜 가면 이거 일기에 올려야지 하는 생각에 사진도 더 찍고 우리의 웃고 있는 얼굴도 찍어봤다. 그리고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사진들을 잔뜩 올리며 주절주절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밤에 글을 올려둔 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내 글 밑에는 가족들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아침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겨우 알람을 끄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이 댓글들을 읽는 것이었이다. 누가 또 어떤 댓글을 달아주셨나 읽는 게 너무 행복했다. 다들 바쁘시면 댓글은 없어도 이모티콘 표정은 꼭 남겨주셨다. 기쁜 일은 같이 축하해주시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엔 위로해주셨다.


3년이 지나 한국에 돌아와 그 차곡차곡 쌓인 일기장을 꺼내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내가 그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꼈던 공기, 냄새, 기분이 정말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느껴졌다. 그 글들을 읽으며 기억을 되짚어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나 잘했군!




저희의 기숙사 살이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러시아 3년 살이 동안 정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도 꺼내도 끝없이 정말 두꺼운 책 한 권도 뚝딱 만들 수 있을 거 같지만 이렇게 저희가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성장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다사다난했지만 6개월의 기숙사 생활 덕에 지금은 아주 단단해지고 서로 더 애틋해져 이제는 떨어지는 게 어색해진 부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결혼을 준비하시는 예비부부와 신혼부부들, 또는 이미 이 과정을 모두 졸업하신 부부들이 '귀엽네~' 하고 피식 웃으실 수 있는 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엔 한국인 유학생의 시선으로 본 러시아, 살아보지 않으면 몰랐을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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