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7일(목)]
저녁에 고위 외교관을 뉴델리의 한 한식당에서 만났다. 그는 인도에 처음 와서 근무중이라고 했다. 인도 정치와 첸나이를 비롯한 인도 남부지역 정치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인도인들은 남부과 북부인으로 대분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북부보다는 남부 사람들이 더 '착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인도 생활이 처음이냐 두번째냐 식으로 말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인도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패턴이 됐다. 인도가 참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일부만 알고서 전부를 아는 것처럼 행동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한다.
그 외교관은 인도에서 두 번째로 주재원으로 근무하지만 정말 힘들다고 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려면 신경 쓸 게 많기 때문이리라.
인도 생활 두번째라는 내 경우는 어떤가? 오는 9월 20일 3개월 비자가 만료되는데도 마냥 기다리고 있다. 인도 외무부 직원은 나더러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런데 비자연장 절차가 너무 늦게 완료돼 휴대전화나 은행계좌 이용이 중단될까 봐 걱정이다. 걱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걱정된다.
은행 계좌 이용이 중단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루피화로 바꿔 쓸 수 있는 달러를 조금 갖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는 사용이 중단되면 좀 힘들겠지만 이 역시 며칠간 참고 견디면 된다. 이런 내용의 '플랜 B'를 머리 속에 그려놨다.
인도 공무원들이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을까? 궁금하고 화도 난다. 그럼에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인도를 발전시켰다고 자랑하니 그의 언행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그가 힌두 민족주의란 극우 이념을 정치에 적용해 14억 전체 인구의 80%인 힌두교도를 이용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이슬람 교도, 가톨릭 등 소수 종교 신도는 힌두 교도 '우대' 속에 차별과 푸대접을 받는다고 불만을 쏟아낸다.
인도 땅에서 다수 힌두 교도에 의한 소수 차별은 사실 역사적 연원이 깊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9월 8일(금)]
오전에 뉴델리 시내를 돌며 르포 작성을 위한 취재를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뉴델리 모습을 그리기 위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교통을 통제해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었다. 이런 경우는 살면서 처음 겪었다. 그 덕분에 공기질은 매우 좋았다. 푸른 하늘도 볼 수도 있었다. 뉴델리에서는 푸른 하늘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정상회의 장소인 '프라가티 마이단'이란 전시시설에 가서 스케치를 했다. 전시시설 입구에 있는 경찰과 경비원을 상대로 취재했다.
인도인 특유의 깐깐함과 교만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한 경찰 간부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가 뉴델리에서 열리게 돼 기쁘다는 코멘트를 해줬다. 물론 그런 질문을 던졌기에 나온 대답이었다.
이어 인디아 게이트와 칸마켓을 차례로 들러 취재했다. 집 부근에 이르러서는 일반 서민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래서 도로에서 무작위로 행인 3명을 차례로 불러 세웠다. 이들에게 G20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모르겠다", "관심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생활고 때문에 몸과 마음이 찌든 이들 같았다.
인도 언론이 연일 떠들어대 다들 G20를 잘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 게 아니었다. 인도에서 언론 보도 때문에 속으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언론을 보면 인도는 이미 세계 지도국가로 부상해 있다. 과연 그런가? 수많은 가난한 사람, 수많은 하층 카스트(계급) 사람, 수많은 무슬림이 있다. 언론이나 정부에선 이런 이들의 이야기를 뺀 채 떠들어 대니 외국인인 나로서는 헷갈리게 된다.
르포 기사를 송고한 뒤 서둘러 구루그람 오베로이 호텔에 가서 대통령 주재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 나는 참가 동포 50명의 일원으로 리허설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행사는 각본에 따라 진행됐다.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자연스럽지 못해 아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