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9일(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틀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오전에는 어젯밤 동포간담회에서 먹은 포도주 등으로 숙취가 있었지만 국제미디어센터(IMC)로 향했다.
일단 자와할랄 네루 스타디움으로 가서 검문을 받은 뒤 버스를 타고 프라가티 마이단 안에 설치된 IMC로 갔다. 만에 하나 있을 테러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한 인도 당국의 검문은 철저했다. IMC에 도착해보니 규모가 엄청났다. 볼펜(취재) 기자와 카메라(사진) 기자 등 세계 취재진이 집결해 있었다.
아무데나 앉아 기사를 썼다. 정상회의 결과물이 벌써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연합(AU)이 G20 회원국에 가입한 것이다. 속보에 스트레이트, 종합 기사를 차례로 썼다. 취재 환경이 좋긴 하지만 노트북에서 작업하는 게 힘든 점 등을 감안해 일찌감치 귀가했다. 평소 집에선 노트북에 큰 모니터를 연결해 작업한다.
IMC에서 옆 좌석의 인도인 기자 세 명과 인사도 나눴다. 이들은 내 명함에 적힌 주소를 보더니 다들 그 주변에 산다고 말했다. 그중 한 명은 "나중에 점심이라도 먹으면 되겠다"고 말했다. 연락을 준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대답했다. (그후 연락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한 인도 기자와 몇마디 나눴는데, 그는 역사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하멜을 이야기했고 김대중을 알고 있다고 했다. 나 자신도 인도 역사를 좋아하고 마하트마 간디나 자와할랄 네루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한발 더 나아가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역사을 담은 신간을 내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인도 기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막힌 게 없어 보였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이야기하고 웃는다. 나 역시 그들과 이야기할 때면 자유롭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다. 한국 기자들에게는 하지 않는 말도 한다. 나는 인도인들이 자기 나라가 어떠냐고 물으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나라라고 늘 '객관적으로' 응답한다.
저녁에는 오늘 하루 G20 정상회의에서 일어난 주요 사항들을 엮어 스트레이트 종합기사를 송고했다.
이어 서울에서 출장 온 본사 정치부 기자 2명을 만나 사켓몰 2층 '펀자비 그릴'(인도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다. 후배 중 주니어는 식사 도중에도 기사 2건에 대해 내용을 추가해 '종합'하고 한 건은 신규로 작성했다.
식사 후 숙소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비가 엄청 오고 도로도 통제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뉴델리 경찰은 총리 등 요인이 지나간다는 이유로 수시로 도로를 통제한다. 밤거리에 비가 내리는데 소가 어슬렁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장면은 '리얼 인디아'의 모습일 게다.
오후 10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해 작별인사를 나눴다. 후배들이 출장 오면 기사 쓰느라 정신 없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때마다 대견하고 동시에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회사가 이런 동료 덕분에 그나마 굴러가는 것이다.
[2023년 9월 10일(일)]
줄곧 신경써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사안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사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1보나 속보 많이 쓰지 않고 차분하게 처리했다.
뉴델리에서 활동하는 로이터 통신 기자들은 '긴급'을 남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AP 등 다른 통신사 기자들은 긴급을 써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처리하면서 느낀 점도 있다. 우선 국제미디어센터(IMC)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경험하고자 9일 찾아가봤다. 전세계 기자들이 다 모여 있었다. 볼펜 기자, 카메라 기자 등 엄청난 규모로 모였다.
여기서 한국기자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을 체감했다. 나 혼자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전역을 커버하는 처리라 혼자 종일 거기 머물며 '한가로이' 취재할 수도 없었다.
결국 거기서 몇시간 보내고 귀가했다. 거기서 잠시나마 머물며 인도 기자들과 몇 마디 나누면서 언론인으로서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두번째로는 주인도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이 이번 G20 정상회의 과정에서 정말 애를 많이 써는 것을 봤다. 일례로 동포간담회에서 대사관 소속 영사가 야무지게 사회 연습을 하는 것 등을 보니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준비를 통해 오후 7시 30분 시작된 동포간담회는 정확히 8시 30분에 끝났다.
사전에 대통령과 사진을 찍는 것을 연습했는데, 좀 우스꽝스러웠다. 다들 대통령 부부를 한번 보겠다는 심산으로 연습에 잘 응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는 인도인 운전사가 '언론인 담당 운전사'로 바뀌어 간다는 느낌도 받았다.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지난 8일 시내 표정 취재를 갔다. 경찰들의 잦은 검문에도 내가 비표를 보여주니 무사 통과되는 것 등을 보고서 운전사가 나름대로 감을 잡은 듯했다.
그래서인지 운전사는 한국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로 공항에 도착해 영접받는 동영상을 와츠앱을 통해 내게 보내왔다. 내가 참고로 보면 좋겠다는 뜻으로 보내온 것이다. 30대인 그 운전사 녀석이 기특하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