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마지막 가족 재회

by 유창엽

[2024년 1월 10일(수)]

히말라야 소국 부탄의 총선에서는 야당인 국민민주당(PDP)이 하원 47석 중 30석을 휩쓸며 압승했다. 진보성향인 이 정당이 향후 5년간 집권하며 '국민행복'을 중시해온 기존 정책과 경제성장 정책을 조화시키며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튜브를 통해 본 부탄 모습은 민주주의적 요소가 압도하는 가운데 전체주의적 요소도 조금 섞여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왕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고 언론에는 정부 비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외신과 부탄 신문을 참고해 PDP가 압승했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이어 오후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같은 내용의 총선 결과를 '종합 기사'로 송고했다.

아내와 애들은 미국계 국제학교 구경을 갔다. 큰아들이 예약한 모교 구경이었다. 나는 혼자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서 호텔 주변과 공원을 걸었다. 공기 상태가 상대적으로 나았기 때문이다.

인도(人道)를 빗자루로 쓸어서인지 쓰레기는 없었지만 곳곳에 소똥이 말라붙어있었다. 내가 자란 시골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제는 고향에 아파트와 공장 등이 꽉 들어서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시골 풍경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여름이면 풀이 자란 길을 길었고 가을과 겨울이면 풀이 마른 길을 걸었다. 사계절 동안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았다.

델리에서는 길이 소똥으로 뒤덮여 있어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호텔 주변 길을 걷고 공원으로 들어가 또 걸었다. 공원은 걸기 편하다.

저녁에는 큰아들이 내일 미국으로 되돌아가기에 작별 파티를 했다. 나는 스낵류에 곁들여 맥주 한 병을 마셨다. 큰아들은 인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 좋았다고 했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다.

살면서 이렇게 인도에서 가족이 재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끝일 수 있다. 가족이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벽화와 개.png 뉴델리의 한 벽화

[2024년 1월 11일(목)]

큰아들이 2주간 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미국으로 떠났다. 차로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으로 데려다줬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은 5분이란다. 공항 청사에 배웅하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5분 이내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아내는 금세 눈물을 글썽거렸다.

공항 청사에 배웅하는 이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면 테러 등 사건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는 것 같다.

거래하는 택시임대 회사의 이노바 운전사는 '바반 싱'이라는 친구였다. 그런데 운전 습관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나와 안면 터고, 지낸다고 그러는지 운전 도중 차가 막히는 동안 모바일로 크리켓 경기를 보는가 하면 트림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인도인들은 조금만 틈을 주면 기어오른다는 말이 또 입증됐다.

그는 지난해 7월 21일 우리 부부가 델리에 도착했을 때 공항 터미널 3에 마중 나온 친구이기도 하다. 또 내가 택시임대 회사로 결제하러 가서 두어 번 만났다. 어느 날 아침엔 조깅 도중 호텔 부근 길거리에서도 만나기도 했다.

암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수록 예의나 매너를 지켜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부분은 모르는 것 같았다.

큰아들을 그렇게 보내고 마음 한 켠에 서운함이 있었다. 하지만 카톡으로 언제든지 안부를 주고받는 세상이라 서운함이 덜 한 것 같았다.

큰아들은 여객기 상공에서 인터넷이 된다며 톡을 보내왔다. 델리에서 출발해 아부다비에 들러 3시간 동안 대기하다가 뉴욕으로 간다고 했다.

큰아들이 호텔에 머무는 동안 델리 공기의 오염상태가 외출하기 부적절했다. 겨울철 델리 공기는 계속 나쁜 게 일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몰에 가서 구경하고 쇼핑하고 식사하는 게 주된 일과가 됐다. 큰아들은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중에 서울에서 짜장면 내기 포켓볼 당구를 치자고 동생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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