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7일(일)]
아침에 발제하고서 기사를 쓰는데 본사 근무자가 외신에 긴급으로 떴다며 카톡으로 알려왔다. '발제'는 무엇을 쓰겠다고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본사의 카톡 내용은 호주 북부에서 합동훈련에 참가 중이던 미군 헬기가 추락해 3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종합2보까지 썼다.
미군이 훈련 도중 숨졌다는 것을 서방 언론이 호들갑 떨며 보도한 것을 그대로 따라간 셈이다. 절제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건이나 사고 기사의 경우 금세 모든 팩트가 파악되지 않고 시간이 좀 흘러야 정확한 팩트가 나오기에 종합2보까지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미군 3명 사망 기사를 좀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 DLF 노이다 몰에 가서 컴퓨터 모니터를 샀다. 9천999루피로 구입한 타타 제품이었다. 그동안 모니터 없이 노트북으로만 기사를 썼다. 목은 점점 더 거북이 목이 돼 갔고 눈도 혹사해야 했다. 좀더 일찍 모니터 구입에 나섰어야 했었다.
모니터 구입 전 미용실에 들러 이발 하던 중 또 본사 카톡이 왔다. 인도 정부가 전기차를 자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을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고, 국내 일부 경제신문이 이미 썼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사를 써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안을 인도 정부가 확정하면 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기사를 많이 쓰는데 오보도 종종 있다는 뉴델리의 한국인 기업체 소식통의 말 등을 감안해서다.
그런데 나중에 귀가해 노트북을 새로 구입한 모니터에 연결한 뒤 송고된 기사들을 살펴보니 본사에서 해당 기사를 처리해놓은 것을 봤다.
[2023년 8월 28일(월)]
새벽에 밖에서 조깅을 했다. 집에서 가까운 고급 아파트 단지를 여러 바퀴 돌았다. 자주 이용하는 코스가 됐다. 새벽이면 자동차도 거리에 거의 없다. 일부 주민들만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를 걷는다.
그런데 조그마한 원숭이와 큰 개 한 마리가 특정한 지점에 또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지점은 이 두 녀석이 만나 장난을 치는 곳인 것 같았다.
사자성어에 '견원지간'이란 말이 있다. 개와 원숭이 사이란 뜻으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음을 일컫는다. 그런데 내가 본 원숭이와 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인식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열린 마음으로 세상과 타인, 상황을 바라봐야 진리 내지 팩트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오랜만에 집 주변 공원에 나가 산책했다. 한 바퀴 도는 데 꼭 20분이 걸렸다. 다람쥐도 보였다. 30도가 훌쩍 넘는 날씨에 벤치에 드러누워 오수를 즐기는 이도 보였다. 그의 발은 새까맣고 옷은 남루했다. 고단한 삶이 묻어났다. 그럼에는 그의 모습에는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땀이 살짝 솟았다. 매일 점심 후 이렇게 산책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부 인도의 경우 6월 말 시작한 몬순(우기)이 9월에 끝나지만 이제는 아침에 제법 가을 느낌이 나기도 한다. 공원을 돌면서 낙엽이 지는 것도 봤다.
오후에 일을 하던 중 인도 현지 이삿짐 업체의 한국인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에서 보내온 이삿짐 통관 절차가 끝나 내일 오전 11시쯤 세관 문을 열면 이삿짐을 찾는다고 했다.
이삿짐은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 집(호텔)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번에 얘기했던 대로 29일이나 30일 이삿짐이 도착할 것이라는 말이 적중한 것이다.
아내에게 이 소식을 알렸더니 곧장 부엌 찬장 청소를 시작했다. 찬장 안팎을 깨끗이 닦았다. 나는 파키스탄 전기요금 인상 항의시위 기사를 쓴 뒤 청소에 합류했다. 찬장 안팎은 얼룩지고 거친 부분도 있었다. 찬장이 높아 제일 위에 있는 칸은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