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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비용으로 우주탐사하는 인도

by 유창엽

[2023년 9월 1일(금)]

오후 5시 시내 링로드 주변 주인도한국문화원에서 개막하는 수묵화 특별전 취재를 나갔다. 취재 나가기 직전에는 주첸나이 총영사가 첸나이와 벵갈루루에 한국비자신청센터를 개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내와 처리했다.

한국문화원에 도착해보니 초대받은 인도 학생들과 교사 등이 와 있었다. 한국 대사와 부인도 나중에 와서 개막식 행사에 참가했다. 수묵화에 대한 인도인들의 생각을 들으려 해봤으나, 한 인도인은 수묵화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이런 식의 그림은 인도에 없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막식 행사에선 전남에서 온 작가가 전시 작품 25점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도 했다.관객들의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는 듯했다.

개막식 전에 문화원장과 몇마디 나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한 청와대 기자단 기자실은 뉴델리 시내 에로스호텔에 차렸다고 했다. 내가 국제미디어센터(IMC)에 출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비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원 수묵화전

이야기 끝에 한국문화원 측은 인도 정부에 신청한 비표 50개중 하나를 내게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비표 없이는 아예 시내에 근접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인도 정부로서는 G20 정상회의가 역사적인 행사다. 인도 정부가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내 곳곳의 환경을 미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각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행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견해도 있다.

수묵화 전시회 개막 행사가 끝날 즈음 한국문화원 입구 방문객 접수대의 인도인 여직원의 양해를 구해 접수대 의자에 앉아 기사를 작성했다. 백업용 노트북을 처음 가지고 나갔는데, 카톡 업데이트가 돼 있지 않았다. 업데이트에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기사 작성에 시간이 좀 소요됐다. 한국문화원 직원이 기사를 작성하는 도중에 와인 한 잔과 핑거 푸드도 가져다 줬다. 기사를 송고한 뒤 와인 두어 잔을 더 마시면서 전남에서 온 작가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이들 작가의 일정을 도와주고 전시회 준비를 했다는 한국문화원의 한 팀장이 한 방송사 선배의 아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상이 좁다는 말이 실감났다.


[2023년 9월 2일(토)]

쉰을 넘어선 아내의 생일이다. 인도 시간 오전에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큰 아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둘째 아들과 카톡 영상통화를 했다. 가족끼리 서로 떨어져 살면서 처음 하는 영통이었다. 큰 아들이 하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전날 밤이고 인도에서는 오전이고 한국에서는 인도보다 3시간 30분 앞선 낮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궁금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내는 오는 11월에 두 아들이 인도에서 부모와 함께 지내러 올 때 생일 선물을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참 편한 세상이다. 온라인에서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도 꽤 됐다.

인도가 지난달 23일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달 남극에 세계 최초로 안착시켰다. 이어 이날 아내 생일에는 인도 자체 첫 태양관측용 위성을 발사했다. 125일을 날아가 라그랑주 1지점에 이르면 다양한 각도에서 태양을 찍은 사진을 매일 지상관제센터로 보내온다는 것이다. 태양에 대한 많은 비밀이 드러날 수 있다.

인도가 1947년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할 때부터 우주탐사에 집중 투자한 이유가 새삼 궁금해진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등 건국 초기 지도자들은 국민 삶의 개선을 위해 일찌감치 기초과학이나 우주탐사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지도자들의 방향 설정이 이처럼 중요하다.

뉴델리 도심의 칸 마켓 골목

인도는 과학 전문인력이 풍부한데다 탐사선이나 위성을 만들 때 소재 재활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탐사임무 비용도 세계에서 가장 적게 든다. 그런 면의 가성비가 최고인 나라다.그런 면에서 인도는 우주탐사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강일 수 있다.

일을 마무리하고서 또 노이다 DLF 몰로 향했다. 며칠 전 아내가 구입한 유리그릇에 작은 금이 간 게 발견돼 교체하러 간 것이다. 여유 물건이 없어 교체는 못하고 구입한 금액 600여 루피 만큼 다른 물건을 사야 했다.

인도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정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포장은 그럴 듯한데,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흠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새로 구입한 물건 중 자(ruler)가 있었다. 집에서 포장을 뜯어보니 자 일부가 끍혀 있었다. 인도인들은 물건을 포장할 때 재고품도 포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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