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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선 방심은 금물

by 유창엽

[2023년 9월 3일(일)]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다. 1주일 중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게 특파원 생활이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봤다. 사제 생활 중 한번 있다는 안식년을 지내는 신부님 한 분이 오셔서 주임 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다.

그 신부님은 강론도 맡아주었다. 그는 강론에서 안식년 절반은 한국에서 보내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북미와 남미를 돌고 이번에 인도에 왔다는 것이다. 인도로 출발하기 전 '인도에 간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겁을 많이 줬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지 말라, 물을 함부로 마시지 말라, 공기가 심하게 오염돼 있으니 조심하라 등등.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본인은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지금까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말을 다 믿을 것이 못되니 직접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인도에 와서 지내고 보면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나도 신부님이 이야기한 방식을 평소 많이 생각하고 실험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시만 방심하면 탈이 나곤 했다. 신부님은 며칠 동안 운이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바자르9월3일.jpg DLF몰 노이다 내 종합매장

지난 7월 뉴델리에 도착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집 부근 전철을 타고 DLF몰 노이다로 갔다. 몰에 도착한 이후로 눈에 눈곱이 끼기 시작했다. 눈 부위도 부어 올랐다. 눈병이 난 것이다. 원격진단으로 처방 받은 약으로는 부족해 결국 종합병원에 찾아갔다. 그후 1주일 정도 지나 눈병이 나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철을 타고서 수 많은 사람이 손으로 잡았을 기둥 등을 손으로 잡고서 무심코 땀이 난다고 눈 부위에 손을 댔던 게 화근인 것 같았다.

인도를 조금 경험했다고 해서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지나치게 겁을 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늘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맞은 말이다.

인도에서는 매일매일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당황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게 인도이기 때문이다. 


[2023년 9월 4일(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다가오고 있다. 9일 이틀 일정으로 뉴델리에서 개막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인도 수도 뉴델리로 날아든다. 이어 동포간담회를 구루그람(옛 그루가온) 오베로이 호텔에서 오후 6시30분에 주재한다.

G20 정상회의 기사계획을 짜고 있는데, 낯선 전화를 왔다. 주인도한국대사관의 실무관이라며 동포간담회에 참석하려면 하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했더니 주민등록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 얼마 후 문자로 당일 오후 5시까지 호텔에 오면 되고 비표는 나중에 준다고 말했다.

비표를 나중에 준다면 어떻게 주겠다는 설명도 없었다. 아마도 그 실무관은 동포간담회 준비 때문에 무척 바쁠 것 같았다. 적시에 알려준 동포간담회 정보라 바로 기사계획에 반영했다.

기사계획을 송고한 뒤 본사 담당 부장에게 G20 정상회의에서 이런 저런 워딩이 나올 것인데 1보나 속보 절제하며 차분히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톡을 보냈다. 부장도 동의했다. 부장은 정상회의 기사를 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G20행사장입구9월8일.jpg G20 행사장 입구

왜냐하면 정상회의 기사는 한국시간으로 밤에 송고하는 경우가 많아 데스킹은 유럽총국장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기사계획을 보내고 나니 일의 절반을 끝낸 느낌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집 주변 공원을 산책했다. 산책 도중 카톡이 왔다. 확인해보니 회사 상황에 대한 사장 주재 확대간부회의에서 나온 사장 말씀을 이메일로 보냈으니 보라는 것이었다. 산책 도중 대략 본 뒤 귀가해 찬찬히 살펴보았다.

회사 재정사정이 어렵게 돼 비상경영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사장 임금 50% 삭감, 상무는 30% 삭감, 전용 운전사제 폐지, 임피 적용 대상자 상대 희망퇴직 실시 등을 한다는 것이다. 필요시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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