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깃든 인도 공원

by 유창엽

[2023년 10월 7일(토)]

쉬는 토요일이었다. 뉴델리 도심 인디아게이트 부근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낮 12시가 다돼 미술관에 도착했다. 기온은 섭씨 30도를 웃돌았다. 정문입구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인도에 거주한다며 외국인거주등록증인 FRRO 서류를 휴대전화를 통해 매표소 직원에게 제시했다.

그랬더니 직원은 언론인 비자임을 확인하고 내국인 요금(1인당 20루피)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는 1인당 500루피인데, 현지인 입장료를 냈으니 FRRO 서류 덕을 본 것이다. 인도에 두번째로 나온 이후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정문 안으로 들어가서 경비원에게 표를 제시한 뒤 경비원의 요구대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경비원은 공책에 깨알같이 다 적었다. 내가 오늘 60몇번째 입장객으로 적혔다.

이어 검색대로 이동해 검색을 받고서, 휴대전화와 지갑만 지니고 가방 등은 보관함에 넣고 가라는 경비원 지시를 따랐다. 이윽고 지상 3층으로 이뤄진 미술관 신관 내 작품들을 구경했다.

현대미술관.jpg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1층은 내부 공사중이었다. 작품은 말 그대로 현대 미술작품들이었다. 오래된 작가는 18세기 태생도 있었다. 정밀화, 추상화, 스케치 등 몇 종류가 있었다. 미술관 규모가 '대국' 인도의 수도에 있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게 구경하고서 인근 코넛플레이스에 있는 인도 레스트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코넷플레이스에 온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이번에 인도에 도착한 뒤로 역시 처음이다.

점심 후에는 아내가 가고 싶다는 의류 가게를 찾아갔다. 아내를 가게 위치를 기억해내고는 간판을 찾아냈다. 코넷플레이스라는 큰 원형 건물의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가게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서 전통 방식으로 염색하고 제작한 옷이나 테이블보 등 직물 제품을 판매한다. 생산자와 직계약으로 물건을 공급받는다는 가게 소개 글과 관련 사진이 든 액자가 벽에 걸려 있었다.

1984년에 생긴 이 가게의 물건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테이블보와 쿠션커버 등을 구입하고 귀가했다.


[2023년 10월 9일(월)]

577돌 한글날이다. 한국으로 치면 사흘 연휴 마지막 날이다. 휴가중인 자카르타 후배 특파원의 관할지역도 맡으며 이틀째 근무했다.

오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 사흘째로 관련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인도도 이스라엘에 유학생 등 1만8천여명이 발이 묶여 이들의 안전에 관해 고심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기사도 나와 송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결국 미국을 위시한 서방 측이 '테러 반대' 명분으로 뭉치고, 러시아와 이란 등의 국가들이 연대해 서방에 맞서는 양상이다.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전쟁을 오래 끌고가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소홀히 하도록 유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인의 가을 축제에 해당하는 디왈리를 한달 여 앞두고 아침 날씨가 제법 가을 같았다. 하지만 낮 최고 기온은 섭씨 38도로 오르는 등 무더웠다.

미술관 경내 꽃 20231007.jpg 인도 국립현대미술관

며칠 전부터는 점심 직후 산책하러 가는 대신 일을 마치고 오후 5시쯤 산책하러 나가고 있다. 오늘도 오후 5시 30분쯤 주변 공원에 나가서 세 바퀴를 돌았다. 인도인들의 일상 삶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걷기 운동을 하는가하면 큰 나무에 매달라 놓은 밧줄을 잡고 그네처럼 타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보였다. 어린 시절 집 뒤 큰 소나무에 그네를 달아 놀던 추억이 떠올랐다.

축구나 크리켓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첫번째 인도 특파원을 할 때는 공원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소수지만 축구하는 친구들도 보이는 등 달라졌다.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평화로운 모습을 본다. 여기서는 카스트 위계질서 같은 것은 느낄 수 없다. 이 시간대에 공원에서 운동하거나 노니는 계층은 적어도 중산층이 아닐까 싶다.

공원을 돌며 흘러간 7080 대중가요와 팝송을 들었다. 노래를 들으니 과거의 좋은 일, 안타까운 일 등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러면서 업무에 관해 잠시나마 완전히 잊는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했다. 그리고 본향을 향한 지상 순례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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