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0일(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시작된 지 만 2주가 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3천500명, 이스라엘 사망자 1천400명이라고 한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발생한 하마스의 기습에 압도적, 비대칭적 보복공격을 하고 있다는 게 수치로 방증된 셈이다.
전통적으로 중립외교 노선을 걷는 인도는 양측에 휴전을 요구하지도 않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전쟁을 하되 민간인을 살상하지 말고 하라는 뜻으로 읽혔다.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나 한국인들 관심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 많이 쏠려 있지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나머지 지역 특파원들은 각기 관할지역 기사를 꾸준히 써야 한다.
오전 일을 마치고서 호텔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서 주변 공원 산책을 했다. 어제와 비슷한 기온인 섭씨 28도로 걷기에 좋았다.
걷다가 보면 재미있는 장면도 보게 된다. 오늘은 친구 사이인 두 10대 남학생이 달리기를 했다. 둘은 100m가 채 되지 않은 거리의 공원 산책로를 질주했다.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달리기를 마쳤다. 그 친구들에게 '누가 이겼느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한 친구가 힌디어로 자신이 이겼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인도는 젊은층 인구가 중국을 이미 앞섰다고 한다. 젊은층은 광활한 시골 농촌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도시로 몰려든다. 뉴델리에도 젊은층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거나 길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경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배달하는 젊은이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물건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배달받는 과정에서 몇차례 전화를 받고 물건을 전달받는다. 하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아 어림짐작이나 제스처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일과 후 두 아들이 생일선물로 사준 삼성 갤럭시 워치를 고치러 삼성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노이다 상가지역에 위치한 센터에 들어가니 손님은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직원에게 가서 고장 난 시계를 내밀었더니 고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시계는 아예 켜지지도 않았다. 귀갓길에 집 부근 상가인 '굽타 아케이드'에 들렀다. 거기 있는 수리공에게 시계를 맡겼더니 수리비가 구입비보다 더많다고 조언했다.
내 운전사는 굽타 아케이드로 가자로 했더니 그 시장 이름이 '사마찰 마켓'이라고 했다. 사마찰은 힌디어로 '언론'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 부근 아파트 단지에 언론인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했다.
[2023년 10월 21일(토)]
휴무일을 맞아 약 10년 만에 쿠투브 미나르를 찾았다. 변한 것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델리 남부에 위치한 쿠투브 미나르는 튀크키예계 무슬림으로 델리에 노예왕조를 세운 쿠트브 앗 딘 아이바크 장군의 인도 북부 점령을 기념하기 위해 1192년부터 6년간 지은 것이라고 한다.
미나르는 미나레트를 뜻하고 무슬림들이 하루에 5번 하는 기도 시간을 알리는 이가 올라가는 탑이다.
인도 신문에 몬순(우기)이 완전히 물러갔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최근에 보왔다. 그래서 낮 시간대에도 그리 덥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섭씨 30도를 웃돈 기온에 땀이 절로 났다.
쿠투브 미나르 입장권을 사려는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인도인이 내게 접근했다. 인도 관광청 소속 가이드라며 가이드를 이용할 마음이 없느냐고 물었다. 다음에 이용하겠다고 했는데도 한참 동안 한국말로 영업을 해댔다.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인도인들은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외국인 창구는 따로 있었다. 인도인들이 워낙 많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외국인 창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창구 직원에게 휴대전화에 있는 외국인 등록증을 보여주고 1인당 40루피 짜리 입장권을 구입했다. 현지인과 같은 요금이다.
도로를 하나 건너서 정문의 외국인 심사대를 통해 입장했다. 이 과정에 직원이 내게 'Indian ID'가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빴지만 휴대전화에 있는 외국인 등록증을 보여주고 통과했다. 입장권 구입과정에서 내가 외국인임이 이미 입증됐음에도 또 확인하는 절차에 짜증났다. 이게 인도인들이 일하는 방식이다.
경내에 들어서니 10년 전과 비교해 변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듯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라는 옛 시조 구절이 생각났다.
이번 관람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고 구경하기로 아내와 구두약속을 했다. 하지만 약속은 이내 파기됐다. 미나르 모습이 웅장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사진 촬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감상에 치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