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 이름서 식민잔재 없애는 인도

by 유창엽

[2023년 10월 18일(수)]

2박3일 뭄바이 출장 마지막 날이었다. 아침식사 후 오전 9시께 체크아웃했다. 이어 뭄바이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널 기차역(옛 빅토리아역)으로 향했다.

숙소 호텔에서 자동차로 24km 거리였다. 올라 운전사는 교통체증을 들어 최소 1시간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는 교통체증이 약간 있었지만 거의 정확히 1시간 만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역사 안으로 들어가 플랫폼도 구경했다. 18세기 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를 기념하고자 지은 고딕식 건물로 외관이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기온은 섭씨 34도로 무더웠고 사람들이 많아 사진을 서둘러 찍었다. 역사 안에는 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들도 보였다.

뭄바이 철도역사 전경 20231018_103847.jpg 뭄바이 기차역 전경

이 역의 현재 명칭은 17세기 마라타 제국 황제 차트라파티 시바지(Chhatrapathi Shivaji)의 이름을 따서 1998년에 변경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역이란 영국 식민지배 시절 이름을 지우고 인도 민족주의를 반영한 것이다.

이 황제는 현재의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를 중심으로 하는 제국을 건설했다. 영국 식민지배 시절 이 황제가 독립운동에 영감을 줬다고도 한다.

역사 구경에 이어 가까운 바닷가로 이동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뭄바이 경찰 2명이 해변 나무 그들에 앉아 근무하고 있었다. 바다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통제선도 설치해놨다. 경찰은 통제선을 넘지 말라는 듯 큰 소리로 뭐라고 했다.

통제선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무더워 서둘러 점심 장소로 이동해 식사한 뒤 묵었던 호텔에 들러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의 정식 이름도 차트라파티 시바지 국제공항이다.

뭄바이는 일부 고층 건물과 훌륭한 볼거리도 있지만 곳곳에 아파트나 도로 등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델리에 도착해보니 델리가 새삼 잘 정비된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인도 경제수도이자 볼리우드 중심지라는 생각으로 방문한 뭄바이였는데 조금 실망했다. '백문불여일견'이란 말이 떠올랐다.

[2023년 10월 19일(목)]

뭄바이 출장을 다녀온 게 어제인데,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시간이란 이런 것인가? 금방 잊힌다. 세상 만사가 그런 것같다. 성경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점심 식사 후 공원을 걸었다. 무더운 뭄바이와는 달리 오늘 아침 기온은 섭씨 22도,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30분께는 28도였다. 땀이 많이 나지 않아 좋았다. 풀과 나무, 땅 냄새도 좋았다. 세 바퀴를 돌고서 귀가했다.

점심 식사 직전에 이탈리아 대사관에 붙어있는 이탈리아 문화원에 전화를 걸었다. 10일 전 회원증을 신청했는데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문화원 승인이 났으니 회비(연간 7천루피)를 온라인 결제하고 문화원을 방문해 회원증을 픽업하든지 아니면 문화원에 와서 회비 내고 회원증을 픽업하든지 하라고 했다.

뭄바이 기차역사내 20231018.jpg 뭄바이 기차역사 안 모습

회원증은 아내 명의로 했다. 마침 외출중인 아내에게 연락해 회원증을 픽업하라고 말했다. 오후 2시20분쯤 아내는 회원증을 사진 찍어 가족 단톡방에 공유했다.

당초 회원증을 신청한 뒤 문화원은 잘 접수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나중에 진전사항도 이메일로 알려 줄 것으로 생각하고 마냥 기다린 것이다.

문화원에 일하는 인도인 직원들이 이메일로 진전사항을 알리는 것을 잊었든지 아니면 절차상 신청인이 문의를 해야 하는지 아마도 전자일 것 같다. 이에 대해 인도인 직원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튼 회원증을 픽업해 다행이다.

하지만 인도 내무부 소속 언론공보국(PIB)에 오래 전에 발급을 신청한 기자증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인도 정부는 모든 인허가 승인 절차를 디지털화했다. 그런데 이 온라인상 절차를 운용하는 공무원들이 가끔 절차를 까먹는 것 같다. 아니면 이들이 온라인 절차도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천천히 진행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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