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휴대전화서 작업하다 '버럭'

by 유창엽


[2023년 10월 26일(목)]

오늘은 뉴델리 시내 전시 및 컨벤션 시설인 프라가티 마이단 14번 홀에서 열린 한국 게임업체 A사 주최 이벤트를 취재했다.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e-스포츠(게임) 선수들이 배틀그라운드 종목으로 오늘부터 사흘간 친선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게임에 평소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당초 이 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준비한 3천200석이 금세 차는 것이었다. 대부분 10∼20대 남자들이었다. 개막행사 전 관중석에 앉은 한 인도 젊은이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그랬더니 하루에 4∼6시간 게임을 한다고 했다. 대학생인데 공부를 언제 하느냐고 돌직구 질문을 했더니 게임관련 사업을 하려 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업을 구상한다는 말에 이 친구는 부유한 집안 출신이란 생각도 들었다.

게임 관중 20250602_161617634.png 게임 관중

A사가 2021년 인도만을 위해 개발한 한 게임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이용자가 1억명을 돌파하고 현재 1억6천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게임과 관련된 굿즈 등을 판매함으로써 여러 연관사업이 생겨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아시안게임 종목이기도 하다.

좋게만 보면 게임산업이다. 하지만 게임을 'e-스포츠'로 포장해 이미지를 갱신하고 젊은이들이 하루에 여러 시간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으냐는 '꼰대성'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은 말그대로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살인은 '너무 간단한' 일로 잠재의식 속에 자리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가자지구에선 이스라엘군이 공습에 이어 지상전까지 펼치면서 무고한 민간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인도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게임을 통해 살인을 즐기는 시추에이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방산업체들은 전쟁 무기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게임업체들은 살인이나 파괴를 이용해 이익을 누린다. 인류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10월 27일(금)]

거래은행 뉴델리 지점에서 데빗카드(직불카드) 시스템 업그레드를 11월 1일에 한다고 안내문이 문자로 왔다. 며칠 전에 하기로 했던 업데이트가 내부 사정으로 11월 1일로 연기됐다.

데빗카드 소지자는 11일 1일 업데하는 몇 시간 동안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아울러 업데 이후 카드를 사용하려면 PIN(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을 새로 세팅해야 한다고 내용도 안내문에 들어 있었다.

안내문에 있는 링크를 클릭해 안내해준 순서대로 입력했으나 일정 단계에서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낮 12시 넘어 작업했는데 더 이상 진전되지 않자 화부터 났다. 은행 직원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문자를 보냈다.

혼자 화내는 모습을 지켜본 아내가 다가왔다. 차분히 설명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나도 상황을 설명했다. 금세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아내는 내가 모바일 입력이건 무엇을 하건 차분히 하면 될 것을 화부터 낸다는 나의 평소 모습을 일깨워줬다.

인도 뉴델리 몰 내 가네샤 20250602_161707788.png 뉴델리의 몰 내 가네샤상

그후 저녁 식사를 외부에서 하고서 귀가해 다시 이 작업을 했다. 아내가 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성공했다. 희한한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뭐든 잘 안 풀리면 화내는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면서 아내는 '불편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나를 도와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아내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생겼다고도 했다.

"우리가 이렇게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관찰 카메라에 담으면 참 재미있을 것이다. 둘 다 똑같다"는 말로 서로 화해했다.

사실 한국에선 은행이 시스템 업데하면서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인도라서 이런 일을 겪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도에 2011년부터 3년간 살아봤고 두번째 살면서도 이런 일을 마주치면 엄두를 못낸다. 나로선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이젠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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