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토)]
델리 지역 공기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하리아나와 펀자브주 등 주변 지역 농민들이 수확 잔여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가 공기질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기를 전후해 당국이 델리 시내 통행 차량을 제한하면서 델리의 공기질은 최상 상태를 유지했다. 당시에는 수확 잔여물을 태우는 시기도 아니었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델리에서 파란 하늘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델리의 공기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확 잔여물 소각, 차량 매연, 주변 지역 화력발전소 분진, 건물 경비원들의 나뭇가지 소각 등으로 알려져 있다. 경비원들은 특히 새벽에 추워서 불을 피운다.
델리 주정부는 공기질 개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변 주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어려움의 하나로 보인다. 시민들도 공기질 개선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기질에 신경 쓸 정도로 '부유한'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같기도 하다.
델리의 공기질은 나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매일 새벽 조깅을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소똥이나 개똥을 밟을 수 있는 도로변을 뛰고 있다. G20 정상회의 이후 소가 도로에 나오는 경우가 많이 줄어 다행이다.
아내는 며칠 전 내 휴대전화에 공기질 확인용 앱을 깔아줬다. 그 앱을 보면 요즘 델리의 공기는 정상범위 밖의 4개 오염 단계 중 하위 2단계에 속한다.
공기질은 괜찮은 단계 두 개(Good, Satisfactory)에 이어 4개 오염 단계(moderately polluted, poor, very poor, severe)로 돼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건강을 위해 조깅하는 셈이다. 습관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면서 조깅하는 것이다. 인도에도 이제는 나처럼 새벽 조깅을 하는 이들이 더러 보인다.
[2023년 10월 29일(일)]
2주일 만에 성당에 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미사 시작까지는 20분 정도 남았다. 먼저 도착한 형제들과 성당 입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 대기업 주재원인 교우는 아내와 둘이서 인도에 나온 상태여서 '먹는 게 일'이라고 했다.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고 했다. 내게도 해당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편이다.
그는 또 인도에서 일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도 했다. 한국에 있으면 이를 테면 팀장으로 근무하면 저녁 회식도 함부로 못한다고 했다. 사내에서 친한 사람들하고만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원들에게 회식하자고 강요하면 '짤린다'고 했다.
우리 회사에도 들어맞는 이야기다.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다. 주로 선배가 후배를 상대로 하는 '갑질' 금지에 관한 법정 교육도 듣는다.
이제 직장 문화도 좋게 말하면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선후배 관계가 과거처럼 끈끈하지 않다. 그럴 이유도 없다.
한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일을 하다가 후배에게 이런 저런 지적을 했을 경우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소통하고 오해도 풀었다. 회사나 일에 대한 경험도 공유하곤 했다.
그런 시절이 딱히 그립지도 않다. 다만 너무 냉랭하게 돌아가니 회사에 정이 하나도 가지 않는다. 모든 게 형식적인 것이 돼 버렸다. 공동체 의식, 성당에서 말하는 이웃 사랑 같은 것하고는 거리가 먼 조직 문화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조직문화가 오늘날처럼 바뀌지 않은 시절에 인도로 나와 사업하는 한 형제는 이런 이야기에 사뭇 놀랐다. 대기업 주재원 교우는 인도 사람들이 일할 때 한국 사람 기준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국 후배들처럼 대들지는 않아 한국에 돌아갈 때 인도 사람들을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는 젊은 노동자들이 줄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도 그동안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 '대국'인 인도 사람들을 육체 노동자로는 보내지 않고 주로 IT 부문 등의 전문직 노동자를 한국에 파견해왔다고 한다. 이런 추세도 바뀌고 있다. 한국 조선 업종에는 인도인 육체 노동자들이 일부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