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일(수)]
델리 공기가 계속 나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 점심 때는 아내가 외출했기에 혼자서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바깥으로 나갔다.
주변 공원에서 걸었다. 여전한 풍경이 펼쳐졌다. 벤치에서 오수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경우에는 그 옆에 개가 땅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한없이 평화롭게 보였다.
공원에서는 공기가 나쁜 지 육안으로 사물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매일 이런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문에는 겨울 직전인 요즘의 델리 공기 오염 문제가 연일 언급되고 있다. 오늘 신문에 보니 대법원이 델리주는 물론 주변의 하리아나, 펀자브, 우타르프라데시 4개 주정부가 서류로만 공기오염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델리의 공기가 4일 연속 나쁜데도, 이들 4개 주정부가 오염의 한 원인인 농민들의 수확잔여물 소각행위를 예년에 비해 많이 줄였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와 실제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델리의 공기를 오염하는 '8가지 원인'도 언급됐다. 널리 알려진 것이어서 그런지 이에 대한 설명은 지면에 없다. 검색해보니 수확잔여물 소각, 자동차 배출가스, 나무 소각, 말린 소똥 소각, 경유 발전기 배출가스, 공사장 먼지, 쓰레기 소각, 불법 산업행위라고 한다.
델리에서는 한국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늘 뿌연 하늘이다.
공기가 이렇게 오염돼 있는데도 바깥의 일상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도로변 아파트 정문 부근에서는 40대로 보이는 재봉사 남성이 아들인 듯한 애가 앉아있는 가운데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부자관계인 듯한 이들은 뒤돌아 앉아 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아들이 집에서 아버지 일터로 점심 도시락을 가져온 듯했다. 도로변에서 손수레에서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이들도 여전히 보였다.
델리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공기오염에 대해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2023년 11월 2일(목)]
어제처럼 종일 하늘이 뿌연 하루였다. 오후 들어 더 심한 것 같기도 했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델리의 공기 오염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늘도 9층 짐에서 운동할 수밖에 없었다. 외출은 하지 않았다.
호텔 안에 갇혀 산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환경에 적응하는 게 또 인간인 것 같다. 9층 짐에서 운동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무척 거부감이 강했지만 점차 그런 느낌도 잦아들고 있어서다.
아마존에 주문한 물건(차·茶)이 오전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이 물건을 방으로 전달해줬다. 300루피라고 했다. 금액을 확인할 겸 내가 직접 로비로 내려가서 결제하겠다고 영어로 말했는데 직원이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그냥 300루피를 직원에게 줬다.
오후에는 델리 공기가 안 좋다는 내용의 현지신문 기사를 인용해 송고했다. 생활 밀착형 기사인 셈이다. 특파원을 하면서 이런 기사는 좀체 쓰지 않는 것 같다.
알마티 특파원 생활을 하던 중 본사 지시로 물가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문득 생각난다. 당시 러시아어에 능통한 성당 자매님을 통역 삼아 함께 현지 시장에 가서 물건 값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계란과 돼지고기 등 식재료를 파는 가게였다. 그런 기사가 한국인 독자들에게 당시에는 나름대로 관심을 끌거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궁금증을 모두 해소하는 세상이 됐다. 기사도 온라인 상에 떠도는 글이나 경험담 등과 마찬가지로 궁금증 해소에 쓰이는 것들 중의 하나가 된 듯하다.
온라인에 떠도는 글이나 경험담, 사진, 동영상, 기사 등이 혹 악의를 품고 조작한 것이나 오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궁금증 해소에는 온라인 검색이 최고가 된 세상이다. 이런 세태에 기사는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존재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