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재미 있다'는 인도

by 유창엽

[2023년 11월 3일(금)]

오랜만에 저녁 약속이 있었다. 장소는 구르가온(구루그람)에 있는 한중식 식당이었다. 오전에 집에서 거기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해보니 약 45분(40km)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일과를 마치고 오후 5시에 집에서 '느긋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차에 타자마자 운전기사가 약 1시간 30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금요일 저녁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특히 심해 그렇다는 것이다. 약속시간 오후 6시를 45분이나 지나서야 식당에 도착했다.

한인회 간부를 지낸 지인이 주재한 자리였다. 주재원 한 명도 동참해 셋이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눴다. 인도 날씨와 사업 등 화제는 무궁무진했다.

힌두교 행사 구조물 20250612_155745141.png 도로에 설치된 힌두교 행사 안내 구조물

인도에서 사업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지인은 인도 기업이 분양하는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한다. 구입한 부동산이 속한 주(州)에서는 공장용으로 부지를 산 뒤공장을 짓지 않은 상태에서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게 합법이란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사회주의 베트남에서는 공장용 부지를 구입했다가 공장을 짓지 않고 매각하면 차익은 국가가 가져가고 소유주는 당초의 구입대금만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베트남에서는 공장용 부지를 구입했다가 공장을 짓고 나중에 부지를 팔면 차익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인은 인도가 '재미있는 나라'라는 표현을 썼다. 힘든 부분도 있지만 좋은 부분이 더 많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나는 인도라는 나라가 입구를 찾기 힘들지만 어렵사리 찾아 들어가면 그 안이 널찍하고 잘 정돈된 '공원' 같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다. 이 비유에 동석한 두 분이 공감했다.

[2023년 11월 4일(토)]

오늘도 델리는 뿌연 스모그에 뒤덮였다. 그럼에도 쉬는 토요일이라 아내와 외출했다. 재래시장 'INA 마켓'을 구경할 겸 채소 등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 시장을 찾은 것은 약 10년만이다. 시장의 구조나 주차장 등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허름한 시장 건물은 1층짜리다. 여기에는 채소와 과자류, 공산품, 닭고기 등 다양한 아이템이 팔리고 있다. '아후자'라는 채소 가게는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채소가 신선하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주인이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가게를 찾으면 우선 직원 한 명이 손님에게 달라붙어 손님 지시대로 물건을 작은 광주리에 담아준다. 손님의 질문에 답해주며 신속한 구매를 돕는 것이다. 아내가 물건을 사는 동안 가게 입구에 서 있었다. 가게 옆에는 도살을 앞둔 닭 수십마리가 철제 우리에 갇혀 있었다. 닭들은 죽음을 앞둔 것을 아는 양 체념적인 모습을 보였다. 울어대거나 퍼덕거리지도 않았다.

청소 캠페인 그림 20250612_155755573.png 공중화장실

나를 비롯해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극소수였다. INA 마켓을 찾은 거의 모든 인도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오염된 공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체념 상태일까? 현지 신문에는 오염된 공기가 폐, 신장, 간, 눈, 혈관, 세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자주 소개된다. 한 마디로 말해 오염된 공기는 온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노점상들은 여전히 즉석 음식을 만들거나 채소나 과일을 팔고 있다. 릭샤(삼륜차) 운전사들도 마찬가지다.

INA 마켓에서 볼 일을 다 본 뒤 인근 '카나 시장'에 있는 커피 판매점에 들렀다. 1962년 설립한 것으로 간판에 적혀 있었다. 30대 남성인 주인은 할아버지때부터 대를 이어 가게를 맡고 있다고 했다. 주인은 빈을 100g 단위로 팔고 갈아주기도 했다.

커피 판매점은 빈 전시 및 판매와 가공, 마실 커피 판매를 위한 3개 공간으로 돼 있다. 우리는 500g의 빈을 600여루피에 구입하고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은 230루피에 샀다. 10평 남짓한 조그마한 이 판매점은 인도인의 상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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