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9일(목)]
며칠 째 호텔에서 갇힌 생활을 한다. 매일 수시로 공기질 앱을 켜보지만 공기질지수(AQI)가 300 안팎이다. 나라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인도 AQI는 0~50은 좋음(good), 51~100은 만족(satisfactory), 101~200은 보통(moderately polluted), 201~300은 나쁨(poor), 301~400은 매우 나쁨(very poor), 401~500은 심각(severe)이다. AQI는 공기 오염원 집중도를 수치화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AQI가 100이하가 돼야 외출 등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델리는 1주일 넘도록 '나쁨'과 '매우 나쁨' 수준인 것이다. 델리주는 급기야 인공강우 시도까지 하기로 했다. 인공강우 시도는 처음이다.
잠시 외부로 나가면 무슨 독가스를 들이마시는 기분마저 든다. 2011년 특파원으로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공기가 더 나빠진 것이다.
겨울로 진입하는 요즈음 공기가 가장 나쁜 이유는 델리주 주변 농촌지역의 수확 잔여물 소각행위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수확 잔여물이란 추수하면서 생긴 것들, 즉 볏짚이나 콩깍지, 나무, 깻단 등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 '상수'(디폴트)에 해당하는 자동차 매연이다.
인구 1위 대국이고 곧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는 인도 정부는 전국 도시들의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주정부별 다양성이 있다손치더라도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공기가 이토록 나쁜 인도에 외국인이 투자하겠는가라는 식의 비판적 시각도 있다.
매년 디왈리(선이 악을 이긴 것을 축하하는 힌두교 축제)를 즈음해 공기가 나빠지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 매년 11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4개월이 공기오염 시기다. 델리의 공기오염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12년 정도 줄 것이란 미국 대학의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2023년 11월 10일(금)]
미국과 인도 외교 및 국방장관이 이른바 '2+2' 회담을 뉴델리에서 했다. 회담을 시작하면서 한 코멘트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른 집안일을 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비동맹 운동에 참가한 인도는 미국과 안보협력을 하면서도 서방이 적대시하는 러시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파원 생활을 하다보면 집안일과 기사작성이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공과 사가 뒤섞인다.
회담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고한 뒤 회담 결과물을 반영한 '종합' 기사를 보냈다. 그러고서 노트북을 갖고 저녁 약속 장소인 시내 한식당으로 향했다. 본사 후배 데스크는 내가 보낸 기사에 일부 내용을 추가해 송고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또 다른 후배는 회담에서 나온 별도 아이템의 이야기를 기사로 처리해줬다. 나로선 식당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추가로 기사를 쓸 필요가 없게 됐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두 사람의 주재원은 모두 인도에 처음 나왔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야기 도중 서로 아는 사람의 이름도 튀어나왔다. 세상이 좁다는 말이 실감났다. 흥이 올라 2차를 가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자제시켰다.
오늘은 새벽에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비가 내린 것이었다. 1주일 넘게 공기가 그렇게 나빴는데 비가 내려 아침부터 기분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