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든 무슬림이든 가톨릭이든 한 형제"

by 유창엽

[2023년 11월 11일(토)]

어제 내린 비 덕분에 오늘 공기가 좋았다. 힌두들에게는 최대 축제이자 명절인 디왈리인 12일에도 공기가 좋을 것이란 신문 기사도 떴다. 근무일인 토요일이라 외출도 하지 않고 일했다.

낮에 비누와 립밤 등을 카톡을 통해 현지인에게 주문해 몇시간 후 전달받았다. 약 7천루피어치 물건이다. 비누가 48개여서 박스에 넣은 물건 무게가 제법 나갔다. 현지인이 카톡으로 '아들이 호텔 정문 부근에서 흰색차 0000번을 주차하고 있다'고 도착 사실을 알려줬다.

아버지와 아들이 협업하는 것이다. 선량한 얼굴의 그 아들은 차 짐칸에 다른 사람에게 배달할 물건들도 싣고 있었다. 주문에서 전달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3시간 안팎이었다. 대단히 빨리 진행된 것이다.

오후에는 자동차 렌탈 회사에 가서 10월분을 결제했다. 30대인 회사 대표인 시크교 신자의 사무실은 인테리어 공사를 해 새롭게 꾸며져 있었다.

북부 암리차르에 있는 황금사원을 배경으로 시크족 신들을 그린 큰 사진이 사무실 벽에 걸려있었다. 대표 외에 영어가 능통한 직원도 함께 있었다. 그 친구는 힌두다. 배석한 내 운전사는 무슬림이다. 나는 가톨릭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힌두 친구가 "우리는 모두 한 형제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종교 신자들이 어울려도 충분히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광고판 붙은 고가로 20250623_145401124.png

결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30분가량을 함께 보냈다. 자리를 뜨려는데 대표가 디왈리 선물이라며 조그마한 상자에 든 스위트를 내게 건넸다. 나는 준비한 선물이 없는데 받아도 되느냐고 했더니 그냥 선물을 안기다시피했다.

집으로 돌아와 확인보니 깡통에 든 스위트였다. 흰 원형 과자들이 단 물에 저려져 있는 것이었다. 하나 꺼내 맛을 보니 더는 못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이 1층 호텔 직원들에게 갖다줬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디왈리 선물이라며 전달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

방으로 돌아와 있는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호텔 직원들이 호텔 세일즈 매니저 명함이 붙은 디왈리 선물을 전달했다. 견과류 조금과 가네샤 신 모양이 그려진 철제 촛불걸이였다. 와츠앱을 통해 매니저에게 감사를 표했다.

구글에 따르면 힌두신의 하나인 가네샤는 인도 전통 복장의 남자 몸에 네 개 팔과 코리끼 머리를 한 형상이다. 인도에서는 지혜와 재산, 행운을 관장하고, 주로 상업과 학문의 신으로 숭배된다고 한다.

[2023년 11월 12일(일)]

힌두교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다. 가톨릭 신자들로선 주일(主日, 주님의 날) 이기도 해 아내와 함께 성당에 나가 미사를 봤다. 디왈리 시즌이라 애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교우들이 많은 탓인지 미사에는 평소의 절반 수준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성당 옆 공사장에서는 디왈리를 맞아 인부들이 쉬는 듯 공사를 하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미사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성당 지하에서 열린 현지인 교우들의 행사에서 어린이들의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미사가 집전됐다.

전철역사 구조물 20250623_145415858.png

glse 평신도 주일이었다. 평신도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평신도 역할을 제대로 하기 쉽지는 않다. 1960년대에 열린 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만 해도 평신도는 그저 사제에 따라가는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고 한다.

공의회에서 평신도가 그렇게 해서는 안되고 주도적 자세로 선교활동도 하고 성직자는 평신도가 그렇게 역할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교리가 새로 정립된 것이다.

그래서 평신도 주일에는 보통 사목회장이 강론하지만, 사정상 신부님이 평소처럼 강론을 했다.

미사 후 바산트 쿤지 앰비언스몰에 들러 아내가 서울에 들어갈 때 필요한 선물을 구입했다. 스마트 바자르에서 장을 본 뒤 일찌감치 귀가해 운전사를 귀가하도록 했다. 디왈리 축제를 즐기도록 배려했다.

밤에 잠들기 직전에 대포 소리처럼 폭죽 쏘는 소리가 한동안 계속됐다. 공기오염을 유발한다고 당국이 금지한 폭죽 놀이를 일부 현지인이 아무런 생각없이 계속한 것이다.

공기오염이나 공중위생에 대한 인도인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탓이다. 델리 지역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한 오염 인지도가 제고돼야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벽비가 내려 기분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