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로 서류 요구하는 인도 은행

인도 국영은행 계좌 개설하기

by 유창엽

[2023년 11월 29일(수)]

오후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sbi 은행 지점을 찾았다. 구글 검색결과 아쇼크 나가르 지점이었다. 집에서 650m 정도다. sbi은행은 인도 국영은행으로 정부 지분이 61.23%다. 1806년 출범한 캘커타은행 등이 전신이며, 1921년 생긴 인도제국은행이 최근 전신이다. 현재 인도 전역에 2만2천여개 지점, 해외 31개국에 220여개 지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거래해온 한국계 은행 뉴델리 지점 계좌는 그것대로 이용하고 인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여권, FRRO사본, 특파원이라는 사실이 적힌 사장 명의 추천서, PAN카드 사본, 사진 등을 준비해갔다.

은행 건물은 썩어서 물 색깔이 검다시피한 작은 하천 옆에 위치해 있었다. 한 건물의 2층에 자리한 지점에는 고객이 별로 없었다. 외국인 계좌 개설은 매우 드물든가 처음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서로 상의해 가며 일을 처리했다.

철새보호지역 입구 20250711_180115485.png 인도 뉴델리에 있는 철새보호지역 입구

준비해간 서류를 창구 직원에게 제출했다. 계좌개설 신청서도 작성했다. 또 다른 직원이 옆으로 다가와서 필요한 사항을 기입하라고 친절히 안내해줬다.

창구 직원은 saving account 개설을 위한 '주소지 입증 문서' 제출을 마지막으로 요구했다. 급히 IIDL SUITES 호텔 세일즈 매니저에게 와츠앱을 통해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나의 직전 비자 사본을 보내줬다.

뭔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세일즈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 직원과 연결시켜줬다. 그랬더니 호텔 임대차 계약서를 와츠앱으로 보내줬다. 그것을 지점 대표 이메일로 전달했다.

창구 직원은 이어 임대차 계약서에 대한 한국대사관 공증을 받아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입증자료를 냈는데도 또 공증해달라고 하느냐며 항의성 발언을 했더니 지점 매니저에게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창구 직원과 함께 매니저실로 갔다. 그에게 PAN카드 등 그렇게 많은 입증을 해줬는데, 또 무슨 입증을 요구하느냐, 과한 요구다, 임대차 계약서의 경우 개인 정보가 들어있어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까지 했다. 당신이 서울에 가서 이런 대접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내 주장을 들어주고, 서류 제출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사흘 뒤인 이번 주 토요일 계좌는 오픈 되고 직불카드는 그로부터 1주일 뒤 내가 묵는 호텔로 우송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일처리가) 매우 빠르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도 국영은행의 일하는 스타일이 이렇구나 싶었다. 인도에서는 잘 안된다고 해서 바로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비단 인도에서만 그러랴마는.

[2023년 11월 30일(목)]

오전 11시 30분쯤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sbi은행 아쇼크 나가르 지점이라며 은행에 와서 서명을 좀더 해달라고 했다. 가서 계좌개설과 관련한 1개 서류에 5번 서명했다. 어제 한꺼번에 처리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처 생각을 못한 것 같았다.

볼 일은 어이 없을 정도로 간단히 끝났다. 이어 기존 거래은행 뉴델리 지점에 가서 현금을 인출했다. 이 은행의 직불카드가 불능상태이기 때문이다. 점심 때가 돼 거래은행 지점장에게 전화를 했다. 얼굴도 볼 겸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지점장은 월말이라 영업과 직원관리 등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식사하자고 해 함께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갔다.

고가로 밑 소들 20250711_180307226.png 뉴델리의 한 고가로 밑에서 쉬는 소들

식당으로 갈 때 지점장 차에 편승했다. 차 안에서 지점장은 자신이 기존에 근무했던 지역에 재차 근무 지원을 했는데 뉴델리로 발령났다면서 현재 함께 거주하는 딸의 공부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식당에 도착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은행원 정년은 만 56세라고 했다. 지점장은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이라는 회사 선배와 통화했다고 말했다. 그 선배의 말씨가 그렇게 편안하게 들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점장은 퇴직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퇴직을 앞둔 이들을 만나면 늘 이런 고민을 이야기 한다. 나 역시 60세에 퇴직한 뒤 무엇을 할지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늘을 나는 새도 주님 덕분에 걱정없이 지낸다는 성경 말씀을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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