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나무 놔두는 이유는

by 유창엽

[2023년 11월 27일(월)]

점심 식사 후 집 주변 공원에서 걷기운동을 했다. 지난 10월 언제쯤인가 돌풍과 함께 비가 내리는 과정에서 뿌리가 절반 드러난 채 비스듬히 넘어진 나무 한 그루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나뭇잎이 거의 다 말라 죽은 것처럼 보였다.

이 나무가 스스로 죽도록 시간을 주는 것인지, 공원 관리자가 신경쓰지 않고 있는지는 헷갈렸다. 공원 안에 난 길을 돌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후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상황이지만, 이런 게 인도인이 일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지난 8월 신청한 외신 기자증이 3개월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상황이겹쳐졌다. 이 건은 인도 외무부 간부를 통해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일전에 보냈다.

갠지스강 운하 20250704_143331106.png 세차게 흐르는 갠지스강 운하

그런데 외무부 실무자가 내게 전화해 "외무부는 PIB(내무부 언론공보국)에 (기자증 발급에 관한) 이야기를 해놨으니 이제 PIB에 달려있다"고 했다. 외무부는 자기 몫의 일을 했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다.

뿌리를 절반 드러낸 나무를 보니 기자증 발급 건 등 인도인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생각 났다. 남은 임기 내내 계속 기다려볼까 아니면 PIB를 또 찾아가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이젠 체념 상태에 이른 상태다.

지난 7일 거래은행 뉴델리지점에 직불카드를 신청한 지 약 3주가 됐다. 신청 당시 한국어를 하는 인도인 여직원이 "1주일 안에 나온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직불카드 재발급이 언제 될지는 빨리 파악해야 겠다.

오늘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폭우 속에서 발생한 벼락에 최소 20명이 숨졌다는 것과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외세를 배격하겠다고 언급했다는 것을 송고했다.

[2023년 11월 28일(화)]

인도 구자라트주 등 서부지역에서 때아닌 비가 내리더니 델리도 새벽녘에 비가 약간 왔다. 덕분에 공기질이 조금 나아졌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사람이 이렇듯 환경 영향을 받나 보다 싶었다.

점심 식사는 밖에서 했다. 호텔 부근의 클럽 내 레스토랑에 갔다. 클럽 회원이 아니면 식사를 할 수 없고 음식은 구입해 갈 수는 있다고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만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도록 봐준다고 했다.

회원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직원에게 물었더니 인도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별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음식값은 착했다. 버터 치킨에 난(Naan) 3개를 먹었는데, 300루피(4천800원) 남짓이었다.

먹고서 소화 겸 운동 삼아 거리를 40분간 걸었다. 거리 곳곳에 소똥이 싸질러져 있어 조심해야 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니 학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떤 여학생이 도로변에 세워진 승합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승합차 옆에는 대형 버스가 주차해 있어 승합차와 버스간 좁은 통로가 나 있었다.

나무에 있는 다람쥐 20250704_145217056.png 공원 나무에 있는 다람쥐

그 학생 뒤를 따라갔는데, 학생이 승합차 문을 열 때 "천천히 하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학생은 승합차 문을 열고 가방만 차 안에 두고서는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 내가 지나가도록 배려해줬다. 그러고는 "God bless you!"라고 했다. 학생의 착한 행동에 살짝 감동 받았다.

귀가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외신에 인도 북부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터널 붕괴사고로 갇힌 인부 41명이 곧 구조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떴다. 인도 방송 cnn news 18 등은 특별 생방송을 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방증인 셈이다.

cnn news 18에 채널을 고정한 채 기사를 준비했다. 오후 8시 넘어서도 구조되지 않다가 드디어 3명이 구조됐다. 전원 구조에는 2~3시간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래서 밤 10시나 11시에 작업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작업은 의외로 신속히 진행돼 오후 9시도 안돼 전원 구조됐다. 기사도 이에 맞춰 마무리했다.

이 사고 직후 2∼3일 만에 인부들이 구조될 것이라고 어느 관계자가 말한 적이 있었다. 그후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구조가 실제로 되기는 하려나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구조작업을 빨리 마무리돼 기분이 좋았다. 인부들의 가족은 물론 인도 국민 수천만 명이 마음을 졸이며 기도해 왔을텐데 일이 잘 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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