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호구되기 쉬운 한국인?

by 유창엽

[2023년 12월 13일(수)]

점심 무렵 뉴델리 하이얏트 호텔 부근에 있는 외국인등록사무소(FRRO)로 갔다. FRRO 입구에 있는 사이버 카페에서 볼 일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의 통행로인 인도(人道)에 컴퓨터와 복합기 한 대 갖다놓은 게 다인 사이버 카페다. 40대로 보이는 주인에게 알은 체 하니 나를 기억한다고 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인디라간디국립개방대학’(IGNOU) 온라인 강좌를 듣기 위한 첫 단계인 회원 등록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 앞에서 등록이 어떻게 안되는지 보여주겠다며 갖고간 노트북에서 해당 사이트를 열어 입력을 했다.

첫번째 ‘유저 네임’을 입력할 때 소문자와 숫자를 넣되 모두 붙여야 한다는 것을 몰라 그동안 등록에 실패했음을 알게 됐다. 헛웃음이 나왔다.

금세 등록이 됐다. 그래서 “얼마냐”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웃으며 “As you wish”라고 했다. 100루피를 건넸다.

나무 풍경 20250725_145451584.png

귀가하면서 집 부근에 있는 스타시티몰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인도(印度)식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마시다 남은 생수를 들고 나왔다. 몰 진입로 입구 인도에서 거지 어머니와 네댓 살로 보이는 아들이 땅바닥에 앉아 음식을 손으로 먹고 있었다. 순간 가엾은 생각이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생수를 그 어머니에게 건넸다.

그랬더니 힌디어로 돈도 달라는 시늉을 했다. 100루피를 주었더니 신속하게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신속함에 잠시 놀랐다. 그러면서 내가 호구 잡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맞지도 옳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 모자를 보는 순간 ‘가장 작은 이에게 해주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성경 속 예수님 말씀이 생각났던 것이다.

귀가해서 개방대학 온라인 수강신청 총 8단계에서 1단계를 하고 2단계에서 또 막혔다. 온라인 강좌 이름을 선택하도록 하는 문항에서 선택해야 할 강좌들이 뜨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또 잘못하는지 알아보려고 구글에서 IGNOU 강좌 신청 관련 동영상을 찾아 시청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라곤 없어 보였다. 또 IGNOU 델리사무소를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같다. 인도 웹사이트 입력에 사실 트라우마가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계속 들이대며 투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3년 12월 14일(목)]

일을 마치고 저녁 약속장소인 안살프라자 한식당으로 향했다. 오후 5시30분께 출발했는데 20분도 안돼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찌감치 4층(서드 플로어)에 위치한 한식당으로 가서 기다렸다. 한국의 요즘 노래가 흘러나오는 등 한국 분위기가 물씬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재원 지인 2명이 도착했다. 안살프라자 부근에서 차가 막혔는데 운전사가 길을 잘못 들어 늦게 됐다고 했다.

한 지인은 인도에 온지 2년, 또다른 지인은 1년 정도 됐고 두 사람 모두 구루그람(옛 구르가온)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요즘 아파트 월세가 너무 비싸 문제라고도 했다.

힌두교 행사표시 20250725_145429620.png 뉴델리의 한 도로에 쳐진 힌두교 행사 표시물

나는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들이 아파트 월세를 올렸다고 대뜸 말했다. 그러자 한 지인은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올려달라는 대로 다 올려줬기 때문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는 “저항없이” 올려줬다는 표현을 썼다.

나는 델리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한국 사람들이 자주 가는 재래시장 ‘INA 마켓’ 이나 인도의 감으로 반(半)건시를 만들어 먹은 이야기를 해줬다. 아무튼 인도 땅에서 즐겁고 유쾌한 송년회를 한 셈이다.

안주로는 족발과 대구찜을 시켰다. 나중에 식당 매니저로 보이는 인도인이 한국말을 쓰며 다금바리 한 접시를 ‘서비스’라며 건넸다. 한국식으로 영업하는 것이었다. 냉동 다금바리였다. 뉴델리에도 인도산 다금바리가 공급된다고 한다. 홀에는 일본과 한국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방에서 먹은 우리는 오후 8시 30분께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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