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4일(월)]
인도 폰, 즉 인도 전화번호의 휴대전화를 마련하는 게 인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해야할 일 중 하나다. 내 인도 폰에 넣을 심 카드는 전임자가 델리 공항 부근 '에어로시티'의 지인 사무실에 맡겨놓았다.
나는 거기에 가서 심 카드를 찾아 주변에 있는 아이폰 대리점에 갔다. 내 휴대전화가 삼성 갤럭시임에도 일단 아이폰 대리점에 찾아간 것이다. 미리 준비해간 디바이스(휴대전화)에 핀으로 심 카드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일단 통화가 가능해졌고 와이파이 공간에서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아내의 인도 폰. 호텔(집) 매니저가 호텔 인근에 있다는 에어텔 스토어로 갔다. 2km 거리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한 재래시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런데, 에어텔 스토어의 나이 든 한 직원이 "인디라 간디 국제 공항에 있는 에어텔 스토어에 가면 심 카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고 하는 말인지 아닌지 어이가 없었다.
인도인들은 무엇인가를 물으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대답을 믿고 따르면 성공확률은 50% 이하일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인도에 사는 외국인은 '을'인데 어쩌겠는가?
무더위에 그들의 말을 듣고 따랐다가 허탕치면 불쾌지수는 급상승한다. 하지만 화내면 지는 것이기에 인내해야 한다. 인도의 '인'(印) 자는 누군가가 '참을 인'(忍)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호텔(집)로 돌아가면서도 재미있는(?) 일을 겪었다. 택시가 보이지 않아 결국 오토릭샤를 인도에 다시 와서 처음으로 잡았다. 호텔 명함을 운전사에게 건네며 아느냐고 물으니 안다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그 운전사는 생판 모르는 다른 길로 가는 것이었다. 길은 대충 아는 듯했다. 나는 도중에 정지시킨 뒤 호텔 카운터에 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뒤 운전사에게 건넸다.
운전사는 몇 마디 나누더니 알겠다고 답하는 듯했다. 그래서 다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거주하는 호텔과 가까운 또 다른 호텔 앞에 도착했다. 그 운전사는 다시 주변 사람에게 물어 겨우 목적지 호텔에 도착했다.
그럴 수 있지만, 인도인들의 언행은 늘 잘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부터 3년간 인도에 살면서 느낀 바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인도가 겉으로 IT 강국이니 미국 파트너니 하며 떠들어 대는 것도 반(半)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봐야 한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도 속으로 들어가면 허점 투성이다. 이게 진짜 인도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인도를 미워할 수가 없다. 일례로 우버 택시 기사들의 행동을 보면 기가 막힌 적극성을 볼 수 있다. 어떤 이는 처음부터 휴대전화에 목적지를 설정해 경로를 따라가지만 어떤 이는 자기가 아는 곳까지는 그대로 택시를 몰고 가다가 잘 모르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휴대전화상의 경로를 따라간다.
또 대부분의 우버 택시 기사들은 운전하면서 기똥차게 휴대전화를 조작한다. 이것을 적극적인 인도인의 모습으로 보고 싶다. 사실 나 자신은 그렇게 휴대전화를 적극 활용하지 않아왔고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한국 환경에서 지내왔다.
[2023년 7월 25일(화)]
드디어 인도 폰 개설에 성공했다. 오전에 DLF몰 노이다에 아내와 함께 가서 릴라이언스 디지털 숍에 들렀다. 삼성갤럭시 디바이스 2개를 구입할 당시 인도 이동통신사 '지오'의 심 카드를 구입하도록 해주겠다고 한 직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중 한 명의 이름 '핀키'가 생각 나서 대뜸 "핀키 없느냐"고 했더니 '오늘 휴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담당 직원에게 안내해줬다.
담당 직원은 한참 파악해 보더니 "외국인은 델리 공항에 있는 에어텔 스토어에 가야만 심 카드를 구할 수 있다"는 전날 시장통의 에어텔 스토어 직원과 같은 말을 했다. 그럼 가장 가까운 '에어텔 스토어'가 어디냐고 수첩에 주소를 받아적고서 몰 '동문'으로 나왔다.
이어 동문 주변의 한 경찰관에게 주소를 내밀면서 내가 탈 오토릭샤 운전사에게 설명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토릭샤 운전사들은 대개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일이 풀렸다. 오토릭샤를 타고 300m가량 가서 예의 에어텔 스토어에 도착했다.
에어텔은 인도 제일의 이동통신회사다. 내부 공사가 진행중인 에어텔 스토어에 들어서니 직원들이 빨간 색 유니폼 상의를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듯한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매니저급 직원에게 안내해줬다.
그 직원을 통해 2시간 이상에 걸쳐 나는 기존 심 카드를 교체하면서 번호는 기존 번호(882267 *****)을 유지했다. 아내는 기존 번호와 유사한 번호를 선택하고 심 카드를 디바이스에 넣었다. 또 '에어텔 마이 와이파이'라는 이동식 공유기도 구입했다.
나와 아내가 공항에 가지 않고서 인도 폰 개설에 성공한 것이다.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에어텔 매니저급 직원이 친절하게 잘 해주기에 물어보니 실제로 '총괄 매니저'(chief manager)라고 했다.
그는 "'3개월 비자' 연장 후에 연장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인도 폰과 이동식 공유기 모두 사용이 중지된다"면서 "와츠앱을 통해 (자신에게) 비자연장 증거 문서를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필자는 인도와 나오기 직전 3개월짜리 비자를 발급받았다.
'외국인은 공항에 가야 심 카드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인 것 같다. 내가 묵는 호텔의 매니저도 공항에 가야한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아무튼 인도에서는 어느 누구의 말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또 입증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