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뉴델리 도착 이틀째. 업무 개시를 위한 준비를 했다.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9층 짐(gym)에 가서 조깅을 했다. 푹푹 찌는 짐 안에 혼자서 달렸다. 짐 문 앞에는 관리 직원 테이블이 있었으나 너무 이른 시간인지 직원은 없었다. 30분 달리니 숨이 차서 더 이상 달리기는 무리였다. 운동을 끝낸 뒤 느낀 것이지만 짐 문을 열어둔 채 운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침 식사는 채식뷔페였다. 아내와 함께 이것저것 먹어봤다. 인도 정통 음식의 맛이 아닌가 싶었다. 식사 후 가방에 있는 옷가지 등을 정리하고서 낮 12시가 다 돼서야 노이다 DLF 몰로 가서 쇼핑을 했다. 노이다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시(市)다. 내가 묵는 호텔은 노이다와 인접한 뉴델리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꼭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내는 “한국에서는 물건을 사러 가면 꼭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쉬운데다 덤으로 신박한 것도 발견한다.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시간을 쇼핑하느라 돌아다니니 나나 아내나 기진맥진 상태로 레지던스 호텔로 돌아왔다. 귀갓길에도 택시를 탔는데, 해프닝이 발생했다. 노이다 택시를 탔는데 그 운전사가 목적지를 잘못 입력한 뒤 다른 호텔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묵는 호텔에 전화를 해서 그 운전사에게 바꿔줘 목적지를 정확히 한 뒤에야 호텔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운전사는 “노이다 택시여서 추가 요금을 내라”고 했다. 450여 루피였다. 내가 호텔에서 노이다 DLF 몰에 갈 때는 300루피를 줬는데, 50% 더 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당신이 목적지 입력을 잘못한 것도 있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냈다가 결국 450루피 주고 끝냈다. 자투리 몇 루피는 주지 않았다. 섭씨 36도의 날씨라 운전하느라 고생한 것도 생각하면 짠한 마음도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전에 호텔 측에 요구한 대로 에어컨이며 오븐이며 대청소를 실시하도록 했다. 매니저가 총지휘하면서 여러 직원이 이것저것 신속하게 청소하고 고칠 것은 고쳤다. “진작에 이렇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사실 우리가 서울에서 뉴델리로 출발하기 전에 에어컨 등 청소를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세일즈 담당 매니저가 그러겠노라고, 걱정 말라고 문자답변까지 했다. 그럼에도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속으로 짜증과 화가 난 상태였다.
인도인들은 무엇이든지 우선 “노 플라블럼”이라고 해놓고 일을 대충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마음 한 켠에선 체념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아무튼 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도 사람들도 일을 할라치면 제대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울러 아랫 사람이 윗사람 말에 거의 절대 복종하는 장면도 봤다. 엄연한 위계질서였다.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이처럼 엄한 위계질서가 잠재된 게 인도 사회라는 느낌도 들었다.
[2023년 7월 23일]
가톨릭 신자로서 주일(主日)인데 미사는 못봤다. 자동차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주변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겸 호텔 밖으로 조깅하러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했던 인도 상황이 전개됐다. 코를 찌르는 냄새, 조금만 방심하면 밟을 수 있는 소똥과 개똥.
냄새를 참으며 조금 달리다가 오토릭샤(삼륜차)나 노란색 번호판을 단 택시 안에서 창문을 조금 연 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도 누구의 아들이자 소중한 남편일 것이라는 생각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10분정도 달리다가 포기하고 호텔로 되돌아와 9층 짐에서 조깅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샀다. 우선 식료품전인 ‘모던 바자르’(노이타 섹션 16b, ‘버거타워’)로 가서 일부 식료품을 구입했다. 수입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으로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몇 가지를 산 뒤 다시 DLF몰 노이다로 이동했다.
현지에서 사용할 휴대전화 디바이스를 2개 샀다. 두 사람용이다. 신용카드로 구매하려는데, 국제결제를 할 수 있는 카드리더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결제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직원이 국제결제 가능 카드리더를 구해와 결제했다. 하지만 내 휴대전화에는 결제내역이 문자로 오긴 했으나 내역을 열어볼 수는 없었다.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몰에서 여러 용품을 구입한 뒤 오후 4시가 넘어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몰을 나섰다. 양손에 잔뜩 물건을 든 상태여서 힘이 부쳤다. 그러다가 몰 ‘동문’(East Gate)로 나갔다. 그랬더니 택시 탈 곳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몰 안으로 들어가는데, 짐 검색 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다.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검색 과정을 거쳤다. 다시 ‘서문’(Weat Gate)로 빠져 나가서 택시를 기다렸다. 섭씨 35도가 훌쩍 넘는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했다. 인도에서 개설한 현지 휴대전화가 없어 우버 택시를 부르지도 못해 그냥 택시를 잡아야 했다.
땀 흘리며 헤매는데 어떤 젊은 인도 여성이 말을 걸어오길래 상황을 설명해줬다. 우버 택시에 탄 그녀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여성과 함께 있었다. 그 우버 택시 앞에 다른 택시가 있어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다른 택시 기사에게 우리 사정을 알려준 듯했다. 다른 택시 기사가 우리더러 타라고 해서 호텔로 무사히 돌아왔다.
‘궁즉통’(窮卽通).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동시에 인도, 인도인을 미워하다가도 이런 ‘은혜’를 받거나 일이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미워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