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선물같던 위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by 레나양

미국 비자인터뷰 거절로 인한 충격에 휘청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그저께 밤이었다.


마침 원래 처분하려던 소파를 1층에 내놓으려 현관문을 활짝 열고 소파를 옮기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앞집 가족이 외출에서 돌아오며 끙끙거리던 남편과 마주쳐 북적북적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 뭐하세요~'

'네, 소파 버리려고요~'

'여보, 어서 도와드려~' '응, 아이고 같이 옮겨드릴게요' '어머, 하시던 일이 잘 되셔서 정리하시는구나~!'

'아니에요. 잘 안되어서 정리하는거에요~'

'어머나~ 어떡해 어떡해'


그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앞집 이웃 엄마가 활짝 열린 문을 통과해 우리집 안까지 달려들어와서 집안에 있던 나를 와락 껴안는다.

내가 거부할 틈도 없이 그냥 나도 같이 껴안는다.


'많이 속상해서 어떡해. 11시까지 공부하러 다니고 너무 고생 많이 했는데. 너무 속상하겠다 그쵸.'하면서 나를 꼭 껴안고 가만가만 토닥인다.


그렇게 안고 있다가, 서로 눈시울이 붉어진 우리를 발견하고는 '하하하, 우리 이제 더 오래오래 보면서 좋은 이웃으로 지내라고 이런 일이 있나봐요~~!!'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타인으로부터의 따뜻함이다. 피한방울 안섞인 사람이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고, 걱정했다고, 응원했다고, 슬프겠다고, 힘들겠다고 말하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진심으로 뭉클했다.


나는 운도 좋지, 어쩜 이런 사람을 앞집으로 만났나.. 애들 재워놓고 과자한봉 들고 건너가서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우리집 잃어버린 닌텐도DS를 대신해 앞집가서 게임하고, 앞집 시댁 제주도에서 귤이 오면 우리집에 나눠주고, 우리 시댁 대구에서 사과가 오면 앞집에 나눠주고, 그냥 소박하게 그럴 수 있는 사이.. 그렇게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 간 1년..


내 아픔도 그렇게 소소한 위로로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




p.s. 사진은 얼마전 퇴근했는데 나를 웃게 한, 집앞에 그득히 놓여있던 취나물 한봉지와 앞집 아이가 쓴 메시지 카드.


그리고 어젯밤 앞집 아이들이 놓고간 문고리 포카거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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