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의 쉼터
세상에는 공짜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즐길거리가 종종 있다. 돌아다니다 보면 그것을 우연히 찾는 재미도 제법 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아니한 동네 거리를, 오늘 아침에도 걷다 보니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들르게 되었다.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깨끗한 데다, 내부 분위기도 아늑하게 꾸며 나처럼 지나가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쉼터를 마련해 준다. 더구나 어린이날 대체휴일인 오늘. 오전 10시를 지나는 시간에도 찾는 이가 없어 이 공간을 통째 빌린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교회의 배려이다. 이 교회는 그들만의 공간이 아닌 오픈된 공간을 만들어 언덕을 올라가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 가는 좋은 쉼터를 마련해 준다.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커피 한잔 시키지 않아도 눈치 볼 일도 크지 않다. 더구나 지하에는 작은 도서관까지 있어 주머니 얇은 우리에게 지적인 욕구도 채워줄 준비를 한다. 이래저래 좋다. 열린 공간에서 많은 이들은 휴식이 되고, 이러한 휴식은 또 다른 생산적인 일들을 연장하게 해 준다.
나도 돈이 모아지면 하고 싶은 일이 이런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내가 느끼는 기쁨을 남도 나누어 다시 생산되고 확장되는 것. 같이 어깨동무하며 동시에 길을 걷지 않아도, 이어 달리기 하듯 누구의 뿌듯한 시간이 다른 누구에게 즐거움의 시간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 옛날 마을 어귀쯤 있던 큰 나무 밑의 나그네 쉼터가 이런 곳이 아닐까 한다.
2024.5.6. 반여동 장산교회 만디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