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어릴 때 USA라고 쓰여있는 어느 물건을 보고 무슨 뜻인지 몰라 선생님께 물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물건이다.) 무슨 뜻인지 몰랐던 때이지만, 선생님 대답에 대한 느낌은 미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것, 우수한 기술로 물건을 만들어 물건 값이 그에 걸맞게 비싸다는 것이었다. 물론, 몇 년 후 '일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미국의 물건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Made in USA를 보기 어려웠다. 대신 영어, 영화, 팝송, 달러와 같은 무형의 자산뿐만 아니라 미 대통령과 미군과 같이 범접하기 어려운 '힘'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상품이 아닌 상징적인 가치로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오늘, 그때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자! 2025년 5월 5일 8시 37분이 지나는 시점에 우리는 어떠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말해보려 한다. 난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스마트폰은 애플로 시작이 되었지만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이다. 스마트 폰을 켜면서 잠시 유튜브를 보았다. 투자 관련 소식을 유튜브로 접할 때 종종 미국 주식시장과 FOMC 소식을 살펴보게 된다.
며칠 전 일이다. 스크린골프를 하면서 컴퓨터를 켤 때 엔비디아가 탑재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골프를 한 이후 동료와 함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올려놓는데 네 명중 두 명이 아이폰이다. 커피를 마시고 헤어지려는데 동료 중 한 명은 우버택시를 불렀다. 대중교통 대신 집에 빨리 가서 넷플릭스를 보려 한단다. 한 명은 주차장에 테슬라를 세워 놓았단다. 자율주행차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유튜브를 켰다. 요즘 스마트 폰을 쓸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다. 그러던 중, 둘째 아들이 인스타그램 시간제한을 좀 풀어 달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이들끼리는 카톡보다 인스타로 소통하고 있단다. 도대체 인스타그램을 누가 만들었는지 보려고 AI프로그램 그록에 물어보았다. 요즘은 검색엔진대신 이것을 많이 사용한다. 잡다한 내용과 광고대신 알고 싶은 것을 쏙 뽑아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우리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아니한가. 한국에 살고 있으면서 미국에 살고 있는 것과 별차이가 나지 아니한 삶. 작년 겨울, 미국에 갔을때 왜 이처럼 익숙한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그리고 한글을 쓰지만 어느새 우리는 미국인과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비록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게 말이다.
아차, 너무나 익숙하고 일상생활이 되어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빼버렸다. 나이키와 코카콜라도...
2025. 5. 5., 9시 17분. 맥도날드에서 미국을 생각해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