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사직단을 방문하며
부산 사직동은 전통적으로 학군과 학원가로 유명하다. 지역 내 최대의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어 아파트 가격도 부산에서 높은 편이다. 큰 도로, 쾌적한 거리, 활발한 상권, 관공서인 법원검찰청, 롯데자이언츠의 야구장이 자리한 곳. 여러모로 많은 것을 갖추었다. 이곳, 주변을 지나가다 사직단을 방문하게 되었다. 몇 번 지나간 적은 있지만 오늘은 제대로 보고 싶었다.
안내판을 읽었다. 사직단은 토지신(사)과 곡식신(직)에게 제사를 지내는 장소를 말한다. 동래 사직단은 세종 때 설립되었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1640년에 다시 세워졌으나 일제강점기 때 원형이 파괴되는 수모를 당했단다. 그리고 최근(2021년)에서야 복원되어 오늘의 모습을 갖추었다 한다.
오래전부터 부산 지명이 아닌 동래부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국태민안을 염원하면서 하늘에 온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왔던 곳. 하늘과 땅의 기운이 모아져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경건해졌다.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은 분명 풍수지리상 성 서러운 기운이 모이지 않을까. 그래서 여기 동네 법정명도 사직동이다.
주변을 찬찬히 훑어보니 멀리 있는 산을 제외하면 이곳 사직단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따스한 햇볕이 비추면서 부드러운 바람이 여기를 감싸 안은 느낌이다. 기분 탓일까. 동네주민들이 거리를 평화롭게 거니는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장면이다. 편하고 안락한 느낌이다. 아이들과 청소년도 많아 희망도 느껴진다.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풍요의 기운이 엿보인다.
2025. 2. 22. 부산 동래 사직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