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잠시동안 잠이 들었던지 비행기는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이 몽롱한 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관이 펼쳐진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래에서는 암흑이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위에서는 푸르스런 하늘이 하루를 아쉬워하듯 아직 걸려있다. 그 둘 사이를 붉고도 밝은 선이 뚜렷하게 갈라놓고 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다. 매일같이 지구와 우주가 보여주는 장관을 모르고 살았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에 살면서, 네모난 철골구조로 만들어진 빌딩에 가려 미처 저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영화 알라딘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타고 부르는 "A Whole New World"가 이런 모습이려나. 땅 위에서 매일 같은 것만 바라보고 사는 이에게 어쩌다 한번 마주친 하늘 위의 장관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알려주는 것 같다. 크게 높게 멀리 바라보라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희극일 수 있다.
202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