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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쇄의 의미

'돈의 속성'이란 책

"395쇄".

나는 이런 숫자를 본 적이 없다. 새 책을 접하면 종종 발행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얼마나 팔렸는지 보려고. 그런데 400 가까이나 되는 숫자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처음 접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소장한 책은 192쇄이니까. 내가 읽은 이후에도 정확히 203번을 더 찍었다는 말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가진 생각과 느낌을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말일테니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돈의 본질을 저자의 경험으로부터 우려낸 글이다. 사람들로부터 완벽에 가까운 공감을 받은 이유는 아마, 저자가 돈을 엄청나게 벌어본 돈의 달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도 돈에 대한 철학과 본질을 논할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학술적인 면, 이론적인 면을 알고 싶어 하기보다, 돈 벌어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얻고 싶어 한다. 길라잡이로서의 지침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 내용은 너무 좋았다. 5번 이상 정독했을 정도로. 읽을 때마다 각각 다른 색깔의 형광펜으로 줄을 치면 보았기에 페이지마다 화려하다.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책에 직접 글을 써가며 내 생각을 보태었다. 아직 부자가 되지 못한 이유에 무릎도 쳐가면서... 때로는 깊은 반성도 해 가면서...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각오도 해 가면서... 아마 몇 번은 더 읽을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게 책을 권하기까지 한다. 395쇄가 나올만하다.


그러면서 내 글을 생각해 본다.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글도 아니고 사명으로 쓰는 글도 아니다. 깊이가 있거나 대중의 공감을 불러 일어킬 글도 아니다. 길을 가다 그때그때 마주친 생각과 느낌의 조각을 모아보는 정도이다. 신변잡기 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것이 내가 바라는 지향점인지 생각해 본다. 기왕 글을 쓸 바에는 소비목적으로, 나만의 즐거움 달성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나의 생각이 읽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써야겠단 생각이다. '395쇄'가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이렇게 생각을 남긴 것처럼.


2025. 2. 21. 어느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들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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