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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래를 알았을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바뀌는 것들을 생각하며

영화관의 첫 번째 기억은 밖에서도 쿵쾅되는 소리가 들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건물이었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은 커지면서도 화질은 좋아지고 소리는 웅장해져 갔다. 특정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 앞에 약속을 잡았다가, 멀티플렉스 도입으로 무작정 영화관으로 약속을 잡는 장소가 되었다. 상가 건물을 분양할 때에도 영화관이 들어서면 집객효과 때문에 잘되는 편이었다. 이처럼 영화관이 들어서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전성기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영화에 대한 사람의 태도도 바꾸어 놓은 듯하다. 웅장한 화면과 심장을 떨리게 하는 소리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매력적인 공간이 될 수 없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 손 안의 작은 영화관, 넷플릭스 같은 OTT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한 번 보는 가격으로도 한 달 내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영화는 2시간 남짓으로 끝내야 하는 반면, 드라마 같은 영화는 몇 편을 이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스마트 폰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큰 티브이화면에 우퍼가 장착된 스피커로 영화관 효과를 내는 집들이 많아졌다.


넷플릭스는 과연 시대가 바뀌는 줄 알고 있었을까. 영화관 대신 작은 화면과 이어폰으로도 경쟁력이 있는 줄 말이다. 그냥 작은 화면만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당장 볼 수 있는 화면이다. 잠시 중단했다 보고 싶을 때 보거나, 한 번에 몰아서 봐도 된다. 나 혼자서만이 아니라 가족과 같이 봐도 한 사람의 가격이다. 건물임대료, 건축비용, 시설 유지비용, 고용비용 등 영화관을 운영하는 많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영화관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영화관은 더 이상 경험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영화를 소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소비하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넷플릭스가 읽은 것이다.

넷플릭스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2024. 12. 27. 해운대 영화의 전당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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