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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과 이동의 거리

머물러 있는가, 움직이고 있는가.

소득 수준이 휴일 이동거리를 좌우한다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60세 이상, 2024.9.12. 중앙일보 기사 발췌) 소득이 많을수록 이동거리가 늘어난다는 결론이다. 중간소득보다 높은 소득일수록 이동거리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즉, 3~7천만 원대 소득자는 3개월에 있는 휴일동안 139킬로미터 이동하는데 비해, 7천만 원대 초과 소득자는 230킬로미터로 65% 늘어난다. 소득이 높아지면 이동거리가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뇌피셜'로 추론해 본다. 소득이 높다는 것은 경제적인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말이다. 경제적인 활동은 보통 머물러 있기보다 움직임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일이 많으므로 여러 곳을 다닐 기회를 동반하게 된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관계도 형성이 된다. 혼자서는 취미나 건강, 경조사 목적으로 다니게 될 것이고, 단체로는 운동, 동호회 같은 사교적인 목적일 것이다. 아무래도 소득이 있어야 회비나 경조사비 등 사람과 어울리는데 부담이 덜한 면도 있다. 또한, 어느 장소까지 이동하려면 빨리 도착하게 하는 교통수단도 이용해야 한다. 그러한 교통수단은 대체로 비싸다.



반대로 소득이 낮아지면 이동거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사교적인 목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줄어들 것이다. 남이 내면 한 번은 내가 사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고, 회비라도 내는 모임이면 기여도에 따라 목소리도 비례하여 커지기 마련이다. 혼자 하는 이동이면 어떨까. 혼자서 가는 산행이나 나들이는 웬만한 취향이 아니면 멀리 가기 쉽지 않다. 집을 떠나는 순간 거리와 비례해서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역시 소득과 이동거리는 비례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소득과 이동거리는 인과관계이다. 그런데, 이 인과를 비틀어 보고 싶다. 이동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소득도 높아진다는 것은 어떨까. 이동이라는 의미는 물리적, 공간적으로 변화를 감당한다는 말이다.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습득된 정보를 활용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면 어떤가. 또 이동을 통하여 만나게 되는 사람으로 정보와 기회를 얻고 그것을 통해 소득 수준을 높인다는 추론말이다. 말이 안 되는가. 역사적으로 볼 때 동서 대륙간 부족한 재화를 이동시킴으로써 무역상은 큰 부를 얻었고, 부가 모이는 곳에 사람도 모이고 정보도 모여들었다. 지금은 사이버라는 가상공간에서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지만 결국 '이동'이라는 모티브는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결국 '이동'은 위험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위험에 따른 과실(소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머물러 있는가, 움직이고 있는가.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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