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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변화는 지속된다

부산 문현동 황령산길을 지나가며

오랜만에 지나치는 길이 기억 속의 모습과 많이 달라서 놀랐던 적이 몇 번 있다. 분명 쪽방촌이 밀집되어 있고 미로처럼 좁고 구불구불했던 골목인데, 말끔하게 새 아파트 새 거리로 단장되어 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꼽으라면 서울 도심 경희궁 주변이다. 출퇴근으로 지나다닐 때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누가 저런 곳에 사냐고 생각했던 그곳이 십여 년 전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오히려 도심 근무지와 가까워 '직주근접'이라는 큰 장점이 된다.


도시는 변하고 있다. 큰 도시일수록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특히 도심과 가까운 지역은 과거의 달동네 이미지를 벗고 '시티 라이프'를 즐기려는 세대에게 신흥주거지가 된다. 예전에는 낡고 어지러운 도심 주변을 멀리 떠나, 소위 말하는 신도시에 살기를 원했지만, 이제는 다시 도심 안으로 모이고 있다. 출퇴근 시간 단축, 도심이 주는 생활편리, 난개발의 재정비가 도시의 얼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도 어느 거리를 지나면서 그 많던 집들이 철거된 모습을 보고 놀랐다. 노후된 집과 거리가 기억 저편으로 물러가고 있다. 여기도 몇 년 후면 극적으로 변해있을 것이란 생각에 도시의 진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도시도 변하는데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나 자신도 들여다보게 된다. 도시가 변하는 만큼 나 역시 변할 수 있을까. 변하지 못하면 노후된 집들처럼 철거될 운명일 텐데.


2025. 5. 10. 부산 문현동 황령산길을 지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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