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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에 광고가 사라진다

김포공항 국내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에

지하철을 내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로 가기 위해서는 기나긴 무빙워크를 지나야 한다. 아마 네 개는 될 것이다.


그 기나긴 무빙워크를 따라 지나는 길 벽면에는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다. 허전해 보일 수 있는 곳을 세련된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어 좋아 보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는 화려한 광고, 특히 지자체에서 지역 광고를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더 이상 광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런데 걸려 있는 저 그림은 뭐지?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문득 고개를 들어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드문드문 비워둔 광고 없는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버스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지하철 역사에서도 빈 광고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광고주들은 그곳에 광고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광고는 하더라도 지불 여력이 크지 않을 것 같은 회사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결혼정보회사, 지역병원, 보청기 가게 등등... 광고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라디오를 들어본 적 있는가. 요즘 라디오는 광고시간에 광고를 하라고 배철수 아저씨가 “광고”한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그 많은 광고가 어디로 갔는지 짐작된다. 우리가 어디에 가장 눈길을 두는지 따라가 보면 그곳에 광고가 있다. 예전에는 신문발행 부수의 정확성을 위해 ABC협회에서 인증을 했다. 요즘은 좋아요, 조회수, 구독자 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별도의 인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높은 숫자는 광고 단가를 높여주고 당연히 광고주에게 선호하는 광고판이 된다.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나오면 눈 앞에 바로 펼쳐지는 초대형 광고판


김포공항 무빙워크로 다시 돌아가 보면... 내가 본 그림은 광고를 유인하기 위해 걸어둔 임시 광고였다. 여기에 광고를 하라고.


둘러보면 지금은 비어 있는 광고판이 너무나 많다. 특히, 열차, 지하철, 버스, 택시 등 움직이는 광고판이었던 그곳이 말이다. 어느새 광고는 오프라인이라는 바깥세상에서 온라인 세상, 사이버 세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점점 광고의 영토를 확장하기까지 한다. 세상의 변화는 이처럼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5. 5. 22. 김포공항 국내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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