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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매력에 빠지다

장인정신은 지속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

올해 들어 출장이 많다. 덩달아 1박 이상의 출장도 많아졌다. 이번 5월에만 1박 이상의 출장이 두 번이나 있었다. 그때마다 갔던 곳이 OO호텔이다. 처음부터 이 호텔을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방이 작고 해외 프랜차이즈인 데다 주차공간도 협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혼자서 출장 가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되지 않는다. 잠만 자는 공간이어서 작아도 되고, 차를 가져갈 이유도 없는 데다 숙박료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용하면 할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집처럼 편안함이 느껴져서다. 웬일인가 싶다. 집 떠나 출장 와서 호텔에 들어왔는데 편안함이 있다니... 너무 밝지 않은 은은한 조명, 청결한 바닥, 바스락거리는 침구, 적당히 푹신한 매트리스, 방에 딱 알맞은 책상. 이런 모든 것이 묘하게도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화장실 비데와 세면대 수전설비, 욕조 등도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한 장점을 몇 번 사용하면서 알게 된 이후부터다. 적당히 있어야 할 곳에 적절히 배치한 것을 알고는 감탄도 하면서.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느 호텔 마니아가 세상의 모든 호텔을 다 돌아보고, 그중에 가장 강점과 필요한 것들만 콤팩트하게 작은 공간에 밀어 넣은 것은 아닐까.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나씩 더듬어보고 느껴보지 못하면 이런 세심함은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4, 5성급 호텔은 그만큼 많은 돈을 지불하기에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호텔은 가격이 2성급이나 고급모텔의 가격이 아니던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다가오는 반전 매력이 분명하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세심함이 생겼을지 의문이다. 이들만의 장인정신일까. 난 차라리 하나씩 쌓아 올린 지속성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불만을 말하거나, 필요하다고 요청하거나, 직접 사용해 보면서 불편한 것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장인정신이 아닌 '지속정신'이라 부르고 싶다. 내가 하는 작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정신말이다.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디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작은 것의 개선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 않을까 한다.


2025. 5. 21. 영등포 어느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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