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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러 가는 길에

나에게 기도를 한다는 것은

일요일 이른 아침에 눈이 뜨여진다. 밖은 어둠이 달아나고 있다. 5시 45분경.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이것저것 살펴보다 침대에만 있을 수 없어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이제 밖은 어둠의 자취가 없다. 잠은 잘 잤는데 마음에는 공허함이 남아있다. 최근에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진 탓일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걷는 것이 좋다.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옷을 입는다는 의미는 갈 곳이 정해졌다는 말이다. '그래, 기도하러 가자.' 복잡한 생각이 떠오르니 부유해서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나에게 기도는 빈다는 말이 아니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결심한 마음을 모은다는 말이다. 오늘은 마음을 모으기보다 정리하는 쪽으로 정했다. 그동안 마음을 돌보지 못했구나란 생각이다. 그동안 이리저리 흩트려 놓았구나.

옛날 컴퓨터 윈도우를 쓸 때 조각 모으기가 기억난다. 그것처럼 마음의 조각 모으기가 필요하다. 마음의 쓰레기가 가득하면 버려야 하고, 이리저리 흩트려져 있으면 끼리끼리 한 군데로 모아야 한다. 기도가 바로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내 안에서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어 밖에서 지켜본다. 상처가 있으면 보듬어 준다. "그랬구나"라고 생각한다. 다그치지 않고, 가만히 손을 잡아주듯 마음을 살며시 안아준다.


기도는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그래서 기도하는 장소가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드나 보나 생각했다. 특히 아침은 외부자극이 최소화되기에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음이 정리되고 차분해 지기를. 조용히 기도해 본다.


(오해할 수 있어 기독교인이 아님을 말해둡니다.)


2025. 6. 1. 기도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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