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역을 나와 광안리로 가는 길목에
이쁘게 지은 집을 보면 길을 가다가도 걸음을 멈춘다. 반지하에 위치한 빨래방이 눈에 들어와서다. 세탁기가 세련된 색깔이라 더욱 눈길이 끈다. 들어가 본다. 자판기가 보인다. 세재라도 파나 싶어 들여다보니, 의외다. 책을 판다.
신변잡기식 제목의 책이 아니다. "노인과 바다", "수레바퀴 밑에서", "변신" 같은 고전이 보인다. 왜 책을 파는지 이해가 바로 되었다. 빨래를 하는 동안 책을 보라는 사장의 철학이 보인다. 그게 먹힐지 모르겠다. 넷플이나 인스타를 들여다 보지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명작"을 읽을까.
시도는 좋다. 잠시 머뭇거리다 빨래방을 나와서는 건물을 다시 바라본다. 건축주가 디자인을 특별하게 요청한 느낌이다. 아니, 여기가 건축사무소일지 모른다. 빌라 주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사무실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이 잠겨있지 않아 계단을 올라가 본다. 가정집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바깥에는 Lost Lounge라는 작은 간판 때문에 멤버십 카페인가 생각했지만, 개인 사무실 쪽이 맞아 보인다.
생각이 좋다. 나도 나만의 '연구소'를 만들고 싶은 생각인데, 오피스텔보다 괜찮은 하나의 선택지를 보여준다. 생각꺼리를 주는 건물과 상가 레이아웃이 재미있어 추천한다.
2025.6.21. 광안역을 나와 광안리로 가는 길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