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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는 쓸쓸함에 대해

김해공항, 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며

9시를 조금 넘긴 일요일 밤. 김해공항 대기실은 밤의 고요함에 천천히 잠겨 간다. 천장의 밝은 불빛에도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밖의 어두움은 주변을 더욱 고요하게 만든다. 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는 이곳은 텅 빈 느낌이다. 간간이 들리는 안내방송이 공항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지만, 어느새 방송도 다시 밤의 정적에 묻힌다. 나는 의자에 앉아, 손에 든 커피가 이미 식어버린 것도 모르고, 창밖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진다.


공항의 쓸쓸함은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이지만, 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는 마음에는 공허함이 있다. 떠나왔던 곳, 그리고 돌아갈 곳.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이 순간의 나는 어쩐지 낯설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낮의 공항 풍경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기실 한쪽에 놓인 TV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지만, 들어줄 리 없는 앵커의 목소리도 멀게만 들린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뒤적인다. 그리움을 찾듯 들여다보지만 이 모든 것도 희미한 기억이 될까 봐 두렵다.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울린다. 밤이니까 조용히 전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가방을 들고 천천히 탑승구로 향한다. 발걸음은 무겁지만, 어딘가 홀가분하기도 하다. 비행기로 연결된 통로는 다른 세상으로 이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순간도 여행의 일부다. 떠나고, 돌아오고, 그리고 다시 어딘가에 가기를 소망하는 것과 같이.



비행기가 조용한 공항을 빠져나와 활주로로 이동한다. 어두운 활주로에 깜박이는 불빛만이 제 할 일을 하듯 비행기도 어느새 어두움에 잠긴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 감정이 어디로 데려갈지 조용히 생각해 본다.


2025.5.18. 김해공항 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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