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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로 가는 오피스텔의 불빛에 취하다

영등포역에서 신길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오피스텔을 들여다보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로 이어지는 밤길을 걷는다. 대로변은 깊은 어둠에 잠겼지만, 가로등과 오피스텔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은 도시가 잠들지 않음을 보여준다. 곳곳에 우뚝 선 오피스텔과 그 옆으로 한창 공사 중인 현장도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여의도와 강남, 서울의 심장이 뛰는 곳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선택한 삶의 터전이다. 그들의 고독과 꿈이 얽힌 풍경을 가만히 바라본다.


서울의 오피스텔은 지방의 주거지와 다르다. 지방의 아파트 단지는 가족의 웃음소리와 이웃의 온기로 채워져 있지만, 이곳의 오피스텔은 홀로 서 있는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그들은 여의도의 고층 빌딩이나 강남 또는 디지털 단지로 출근하기 위해 여기 좁은 방 한 칸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는다. 이곳에서 그들은 꿈을 좇고, 때로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다.


밤이 깊은 대로변을 걷다 보면 오피스텔 창문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건네준다. 저마다의 방에서, 누군가는 내일 출근 후 할 일을 위해 새벽까지 고민할 것이고, 누군가는 지친 몸을 이끌고 편안하게 잠들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서울의 조화로운 야경은 화려하지만, 하나하나의 빛은 때로 차갑게 느껴진다. 이 도시는 기회를 약속하지만, 그만큼의 고독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좁은 불빛 하나하나는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 누군가의 도전, 그리고 누군가의 눈물을 새겨 놓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 대로변의 불빛 속에 녹아 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다시 이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오피스텔의 숲은 점점 더 높이, 더 넓게 자란다. 그 안에서 젊은이들은 각자의 속도로 이 도시와 싸우고, 또 화해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들의 고독은 깊지만, 그만큼 그들의 꿈도 간절하다. 그래서 나는 희망의 조각을 보기로 한다. 이 도시는 가혹하지만, 그만큼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어서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로 가는 이 길은 단순한 대로변이 아니다. 이곳은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무대다. 나는 그들의 발걸음에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밤이 깊어도, 이 도시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 불빛 속에서, 누군가는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2025.6.11. 영등포역에서 신길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오피스텔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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