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후기/ 열여섯, 다시 남도로

(곽재구 시인을 만나다/박여범 시인)

by 박여범

^^공감과 응원의 댓글은 모든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문학기행 이야기


전북 중등 국어교육 연구회 | 열여섯, 다시 남도로(곽재구 시인을 만나다) - Daum 카페


세미나 후기/ 열여섯, 다시 남도로(곽재구 시인을 만나다)


박여범(용북중 교사)


지난 주말, ‘열여섯, 다시 남도로’를 주제로 2017 전북 중등 국어과 세미나(10월 17~18일)에 동참했다. 도교육청을 출발하여, 소록도 순천만 습지, 곽재구 시인(순천대 문창과)의 특강, 정기총회로 이어지는 시작의 순조로움이 좋은 결과를 짐작하는 척도가 되었다.

집행부의 ‘수고로움’과 낯설지만, ‘국어과’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선생님들은 밝은 얼굴로 서로를 챙기고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배워 가고 싶은 열정이 가득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중간중간 찬바람이 서운한 정수리도 ‘다시, 남도로’ 함께한 우리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좋다’는 일반적인 진리를 확인 한 자리는 바로 곽재구 시인을 만난 자리였다.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수학능력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사평역에서’는 시인의 대표작이다. 시인은 ‘사평역에서’ 이후 많은 시를 써서 발표했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시인을 ‘사평역에서’만 기억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두 마리 반딧불이 나란히 날아간다

사이가 좁혀지지도 않고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궁둥이에 붙은 초록색과 잇꽃색의 불만 계속 깜박인다

꽃 핀 딸기나무 숲을 지나 호숫가 마을에 이른 뒤에야

알았다

아, 처음 만났구나(곽재구, ‘처음’, 「와온 바다」, 창비, 2016.)


‘처음’이라는 이 시에서, 반딧불 두 마리는 나란히 날아간다. 거리를 좁히려, 말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몸짓을 계속하다, 호숫가 마을에 이르러, 처음 만난 것을 알게 된다. 어찌 보면, 반딧불의 삶의 형태가 자신의 일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우리네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시가 꾸는, 지상의 꿈’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시인의 강연은 동네 형에게서 느낄 수 있는 친근함 그 자체였다. 대학교 시절의 에피소드와 서석고등학교 교사로서의 경험,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구상하는 시의 세계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써 보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시인은 담담하고, 차분했다. 강연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시대의 아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아, 처음 만났구나’가 아닌 ‘반갑습니다. 형님’이 순천만 에코촌에 넘쳐나며 깊어가는 밤을 아쉽게 바라만 보았다.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는다

삶기 전에

소가 오면

얼른 소에게 준다

늙은 소가 웃는다(곽재구, ‘옥수수’, 「와온 바다」, 창비, 2016.)


이 시는 곽재구 시인의 ‘옥수수’라는 시다.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는’ 옥수수와 늙은 소를 소재로 ‘공생’, ‘배려’, ‘공동체’, ‘함께 가는 것’ 등을 다양하게 떠올리게 하는 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저 옥수수를 삶거나 구워 먹거나, 소를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시가 가슴 저 밑바닥의 뜨거움은 독자의 몫이라 치부해 버리기에는 서운하다.


‘열여섯, 다시 남도로’의 첫 페이지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내일의 여정, 순천만 문학관에서 만날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의 조정래 선생님과 소화네 집, 현부자네 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렇게 사과는 빨간디/박여범 시인